테메르, 부통령때 재정 분식에 서명
국영석유회사 부패 스캔들도 연루
지지율 8%에 불과 반대는 62%
새 내각 장관 6명도 검찰 수사중
장관 전원 백인 남성…다양성 무시
호세프·노동자당 “보수의 음모”
룰라 위기 대응 위해 전면 나설 듯
국영석유회사 부패 스캔들도 연루
지지율 8%에 불과 반대는 62%
새 내각 장관 6명도 검찰 수사중
장관 전원 백인 남성…다양성 무시
호세프·노동자당 “보수의 음모”
룰라 위기 대응 위해 전면 나설 듯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심판 개시로 브라질은 전례없는 위기로 빨려들고 있다. 13년 동안 집권한 노동자당도 당의 존립을 위협받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상원의 탄핵심판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대행을 맡은 미셰우 테메르(75) 부통령은 12일 즉각 23명의 새 내각을 발표했다. 그는 경제회복과 국민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으나, 당장 그를 포함한 내각 전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부딪히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직무정지 뒤 기자회견에서 “저지르지도 않은 죄 때문에 비난받는 것은 한 인간에게 매우 잔혹한 일”이라며 “대통령직 유지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 밝혔다. 호세프는 “탄핵은 쿠데타”라며, 테메르는 그 주요 공모자라고 비난해왔다. 테메르와 그의 중도우파 브라질민주운동당은 노동자당과 연정을 구성하다가, 연정을 깨고 호세프의 탄핵을 주도했다.
테메르 역시 호세프의 탄핵 이유인 ‘국영은행 돈을 이용한 재정적자 분식’에 서명해 탄핵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특히 이번 탄핵 정국의 배경인 브라질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부정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있다. ‘세차 작전’으로 불리는 부패척결 수사에서 다른 혐의자의 ‘플리바게닝’(유죄협상) 때 두 차례나 이름이 언급되는 등 부패 혐의도 있다.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8%에 불과하고, 62%가 반대하고 있다.
그가 발표한 내각 구성원 역시 부정부패 혐의로 얼룩졌다. 호메로 유카 기획장관을 비롯해 6명의 내각 장관들이 검찰로부터 부패 혐의 수사를 받고 있다. 내각의 장관 전원이 중장년 백인 남성으로 브라질의 인종적 다양성도 무시했다. 이런 내각 구성은 “이번 탄핵은 권력에 굶주린 야당이 일으킨 쿠데타”라는 호세프의 주장을 반영하듯, 보수 기득권 세력의 부활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호세프 대통령과 테메르 부통령 동반 퇴진 뒤 조기 대선 실시’ 응답 비율이 62%에 육박했다. 테메르는 호세프 탄핵이 결정되면 잔여 임기도 승계하나, 그가 국정을 끌고갈 정통성과 동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이번 탄핵의 근본 배경인 경제위기에는 아무런 대응 방안이 없다. 테메르는 “우리의 최대 도전은 경제의 자유 낙하를 저지하는 것”이라며 “공공지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재정균형을 빨리 맞출수록, 빨리 성장을 다시 점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은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6년 전 7% 성장률이 지난해 -3.8%로 추락했다. 재정적자는 1110억헤알(약 35조원)까지 급증했다. 헤알화 가치는 호세프 정부 5년간 137% 폭락했다. 물가상승률은 10%가 넘고, 실업자는 1천만명을 넘었다. 보수우파 세력들은 재정적자가 노동자당 집권 기간 빈곤층 사회복지 프로그램에서 기인한다고 공격했다. 호세프도 “테메르의 계획은 브라질 인구 4분의 1이 혜택을 누리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해체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테메르도 이를 의식한듯 취임 연설에서 노동자당 정부의 사회복지 프로그램들이 유지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는 공공지출 삭감을 통한 재정균형 달성과는 모순되는 발언이다.
경기회복 책임은 중앙은행장을 지낸 엔히크 메이렐리스 신임 재무장관이 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당 정부에서 두 차례나 중앙은행장을 지내며 경제성장을 이끈 그는 이번 내각 구성원 중 비교적 신망을 얻고 있다. 당의 존립을 위협받는 노동자당이 ‘배신자’라고 규정한 테메르에 맞서 결사항전할 것은 분명하다. 특히 노동자당 대부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도 페트로브라스 스캔들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 노동자당과 그 지지 세력들은 이런 일련의 사태가 노동자당의 뿌리를 뽑겠다는 보수기득권 세력의 음모로 보고 있다. 노동자당는 다음 주 룰라가 참석한 가운데 전국위원회를 열어 오는 10월 예정된 지방선거 전략과 탄핵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브라질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린 룰라가 다시 전면에 등장해, 투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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