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남미 인권유린 ‘콘도르 작전’ 40년만에 단죄

등록 2016-05-29 20:01수정 2016-05-29 21:12

레이날도 비그노네(88) 전 대통령이 2012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군부독재 시절 저지른 인권 탄압 관련 범죄에 대한 재판을 받을 때의 모습. EPA 연합뉴스
레이날도 비그노네(88) 전 대통령이 2012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군부독재 시절 저지른 인권 탄압 관련 범죄에 대한 재판을 받을 때의 모습. EPA 연합뉴스
아르헨, 비뇨네 전 대통령 등
관련자들에 징역 8~25년형

1970~80년대 칠레 등 6개국
반공 명분 군·경 테러조직 가동
반대세력 납치·살해 등 극렬 탄압
미 CIA 등 통해 묵인·지원 의혹
아르헨티나 법원이 남미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국제적 추적·납치·살해 범죄인 ‘콘도르 작전’에 대해 역사적 첫 단죄를 했다.

아르헨티나 연방법원은 27일 레이날도 비뇨네(88) 전 대통령에게 콘도르 작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적용 혐의는 불법단체 결성, 납치, 직권남용 등이며 법원은 그가 반체제 인사 100명 이상의 실종 사건에 관여했다고 판결했다. 1982~83년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인 비뇨네는 이미 군부독재 정권 시절(1976~83년) 각종 인권침해 범죄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번 판결은 1970~80년대 남미의 친미 독재정권들이 공조해 벌인 콘도르 작전에 대한 40여년 만의 첫 단죄다. ‘콘도르 작전’이란 1975년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아르헨티나, 브라질, 볼리비아,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다른 남미 독재정권들을 엮어 만든 일종의 ‘국제협력 군경 테러조직’으로,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이 무너진 1983년까지 계속됐다. 피노체트는 ‘콘도르 작전’의 명분을 좌파 게릴라 근절을 위한 ‘반공’으로 내걸었지만, 실제론 자신들의 철권통치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들 또는 민간인인 그 가족들을 감금하고 처형하는 데 이용했다. 각국 군사정권은 상대방 국가에서 활동하거나 숨어 있는 자국의 반체제 인사들의 체포를 부탁하거나, 상대방 반체제 인사들을 넘겨주는 데 콘도르 조직망을 이용했다. 베네수엘라가 주도해 만든 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는 콘도르 작전과 관련해 아르헨티나에서만 3만명이 실종됐다고 추정한다.

아르헨티나 연방법원은 이날 비뇨네 전 대통령뿐 아니라 콘도르 작전에 관여한 다른 군 출신 인사들에 대해서도 징역 8년에서 25년까지 선고했다. 유죄선고를 받은 이들 가운데는 우루과이의 마누엘 코르데로 피아센티니 전 대령도 포함돼 있다. 그는 남미 각국에서 납치돼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끌려온 반체제 인사들을 고문한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시인 후안 헬만의 며느리를 우루과이로 납치한 사건에 관여한 혐의도 받았다. 헬만의 며느리는 임신한 상태에서 납치돼 우루과이에서 출산한 뒤 살해당했고, 손녀딸은 강제입양됐다.

콘도르 작전은 1992년 파라과이의 한 판사가 찾아낸 정치범 관련 자료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이후 관련 조사가 1990년대 아르헨티나에서 대대적으로 시작됐다.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이 만들어놓은 사면법에 따라 조사가 벽에 부닥쳤지만, 아르헨티나 대법원이 2005년 사면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려 이번에 단죄가 이뤄지게 됐다.

또 1998년 비밀해제된 미 연방수사국(FBI) 문서들을 보면, 미국은 이 콘도르 작전에 대해 중앙정보국(CIA) 등을 통해 배후에서 후원했고, 최소한 이를 묵인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당시 콘도르 작전에 대해 아르헨티나 장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고, 국무부가 콘도르 작전에 대해 남미 각국에 경고를 보내려던 계획을 중간에 가로막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으나, 키신저 장관은 이를 부인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콘도르 작전 1970~80년대 남아메리카 각국 독재정권의 군·정보기관이 좌파세력 근절을 이유로 내세워 서로 협력하면서 정치적 반대자를 암살하고 민주주의 요구를 탄압한 활동이다. 가담국은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볼리비아 등 6개국(배후 연관: 미국)이며, 피해자는 살해 6만명, 실종 3만명, 투옥 40만명에 이른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