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안데스산맥 산골 마을에 사는 원주민 여성이 5일 아기를 업고 쿠스코에서 1시간 거리인 우루밤바에 있는 투표소까지 나와 투표를 하고 있다. 이날 페루에서는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열렸는데 안데스산맥 산골 마을에서는 75㎞ 거리를 걸어 투표소로 가는 주민들도 있었다. 우루밤바/AFP 연합뉴스
결선서 쿠친스키에 간발차 밀려
측근 스캔들에 2·3위 연대 효과
측근 스캔들에 2·3위 연대 효과
5일 치러진 페루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변화를 위한 페루인 당’ 후보가 전직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권력당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신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약 78%가 개표된 상황에서 쿠친스키는 50.8%를 얻어, 49.2%를 얻은 후지모리를 앞서고 있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6일 보도했다. 쿠친스키는 개표 이후 줄곧 1%포인트 안팎으로 앞서 나가는데다, 출구조사에서도 근소한 차의 승리가 예상됐다. 특히 쿠친스키는 개표가 50% 이상 진행된 이후 후지모리와의 차이를 1%포인트 이상 벌리며 안정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앞서 입소스 출구조사에서 쿠친스키는 50.5%, 후지모리는 49.5%를 얻었고, 지에프케이(Gfk) 출구조사에서도 쿠친스키 50.8%, 후지모리 49.2%로 나왔다. 입소스 쪽은 쿠친스키의 승리가 확정적이며, 두 후보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후지모리의 지지세가 강한 페루 내륙 지방 개표가 완전히 완료되려면 며칠이 더 걸리나, 쿠친스키 쪽은 비공식적 샘플 개표 결과를 종합하면 약 1%포인트 정도 우세하다며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5일 밤 쿠친스키는 선거운동 본부 건물 발코니 앞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페루 국기를 흔들며 승리 연설을 했다. 그러나 후지모리 쪽도 해외 부재자와 내륙 오지의 투표를 기다려야 한다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10명의 후보가 참여한 지난 4월 1차 투표에서 21% 득표에 그친 쿠친스키는 40%에 이르는 후지모리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나, 1차 투표에서 3위를 한 좌파 후보 베로니카 멘도사 의원의 지지와 이후 불거진 후지모리 쪽의 스캔들로 지지율 격차를 극적으로 좁혔다. 미국 마약단속국은 지난달 후지모리의 측근인 민중권력당 호아킨 라미레스 사무총장을 돈세탁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후지모리는 인권 유린과 부패 혐의 등으로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인 1990년대 대통령인 알베르토 후지모리의 딸이다. ‘독재자의 딸’인 후지모리의 대통령 당선은 독재 부활 상징이라는 논란이 선거 기간 내내 있었다.
쿠친스키 후보는 세계은행 경제학자 출신의 ‘재무통’으로, 재무장관과 총리를 역임한 바 있다. 그러나 쿠친스키의 ‘변화를 위한 페루인 당’은 전체 의석 130석 중 18석에 불과하고, 후지모리의 ‘민중권력당’은 과반인 73석에 이르러 쿠친스키가 당선되더라도 ‘협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게이코 후지모리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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