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분장을 한 메릴 스트립(왼쪽)과 실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힐러리 지지하는 배우 메릴 스트립
뮤지컬 무대서 ‘트럼프’로 깜짝 분장
곡 개사해 여성 비하한 트럼프 비꼬아
메릴 스트립 “이런 캐릭터는 한 번뿐”
뮤지컬 무대서 ‘트럼프’로 깜짝 분장
곡 개사해 여성 비하한 트럼프 비꼬아
메릴 스트립 “이런 캐릭터는 한 번뿐”
버튼을 채 닫지 못한 까만 정장 사이로 허벅지까지 늘어진 붉은 넥타이가 드러났다. 흰 셔츠 안으로는 두꺼운 패드를 덧대 풍만한 뱃살을 표현했다. 얼굴 전체에 오렌지 색의 짙은 크림을 바른 배우는 무대 위에서 팔을 흔들어대며 말했다. “좀 알려줘봐라. 어째서 모든 여자들은 싫다고만 하는 거냐?”(Why is it all the women say no?)
할리우드 유명 배우인 메릴 스트립(66)이 6일(현지시각) 밤 뉴욕 센트럴 파크 야외 무대에서 열린 연례 셰익스피어 뮤지컬 공연에서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로 분장하고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메릴 스트립의 분장은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스타일이었다”며 “공연을 본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고 전했다.
스트립의 깜짝 분장 쇼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본 떠 만든 뮤지컬인 ‘키스 미 케이트’ (Kiss Me, Kate) 공연 중간에 드러났다. 트럼프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오른 스트립은 원래 여성을 고를 때 조언을 해 주는 내용인 뮤지컬 곡을 개사해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트럼프를 비꼬았다. “만약 어떤 여자가 당신(트럼프)의 행동을 두고 악랄하다고 한다면, 그냥 ‘코리올레이너스’의 한 가운데로 뻥 차버려!” ‘코리올레이너스’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작품 중 하나다. 스트립은 노래를 부르면서도 두 팔을 허리에 얹거나, 손가락을 흔드는 등 트럼프의 몸짓도 따라했다.
이번 뮤지컬을 이끈 오스카 유스티스 공공예술감독은 트럼프 분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스트립의 아이디어였다고 전했다. 그는 “회의적인 사람도 있었고, 의심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지만 메릴 스트립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함께 무대에 오른 배우들도 분장을 하기 전까지 스트립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공연을 함께 출연한 배우 케이트 버튼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립은 트럼프 역할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며 “마치 인생에서 최고의 역할을 맡은 것처럼 연기에 임했다”고 했다. 메릴 스트립은 민주당 대선 주자인 클린턴의 지지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스트립의 깜짝 분장 연기는 같은 날 오후 트위터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당시 무대를 찍은 영상이 인기를 끌자 스트립은 공식 성명을 내 “많은 관심에 감사하지만, 인생에서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이번 한 번 뿐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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