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연합뉴스
NYT “반 총장, 위험회피형” 비판
다음날 사설선 “압박공개 잘한 일”
다음날 사설선 “압박공개 잘한 일”
반기문(사진) 유엔 사무총장의 한국 대선 출마론과 맞물려, 반 총장이 ‘아동인권 2015’ 연례보고서의 블랙리스트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축인 아랍연합군을 나흘만에 삭제하고 이 과정에서 아랍연합군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0일 반 총장이 전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안전보장이사회 앞 약식 기자회견장에서 사우디 등이 명단 삭제를 위해 유엔공여 중단 등의 압박을 가했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한 것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신문은 ”역대 유엔 사무총장은 크든 작든 회원국들의 강력한 정치적 압력에 자주 직면했다”며 “반 총장도 재임기에 ‘어색한 타협’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유엔 특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어린이 인권침해국 명단에 올릴 것을 권고했으나, 반발하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강한 로비로 결국 양국 모두 명단에서 빠졌다. 신문은 또 반 총장을 ‘위험회피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사와 사설을 엄격히 분리하는 <뉴욕 타임스>는 다음날인 11일치엔 ‘반기문의 생색 안나는 자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반기문이 사우디 압력에 굴복했다는 건 괴로운 일이지만, 놀랍지는 않다”며 반 총장이 사우디의 재정중단 압박을 공개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두둔했다. 사설은 “반 총장으로선 다른 현실적인 선택이 없었다. 사우디가 반 총장을 그런 고약한 처지로 내몰았다는 게 유감”이라며 비판의 화살을 사우디에 돌렸다.
한편, 반 총장은 홍콩 <봉황 위성> 텔레비전에 출연해 임기 중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고 유엔에 어떤 정치적 재산을 남겼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구체적인 답변 대신 “미래 역사학자들과 세계의 평가에 맡겨두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삶을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는 괘종시계”에 비유하면서, “(퇴근 뒤) 집에서 일하는 것까지 합치면 일반적으로 자정까지 업무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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