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30일 워싱턴 국방부에서 성전환자 공개 군 복무 제한 조처 철폐를 발표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30일(현지시각) 성전환자의 공개적인 군 복무를 제한하는 조처를 철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이날 “성전환 미국인들은 사실상 지금부터 공개적으로 군에 복무할 수 있다”며 “이는 우리 국민과 군을 위해 해야 할 정당한 일이다”고 말했다.
성전환자는 그동안 자신의 성전환 사실을 공개하고는 미군에 복무할 수 없었다. 130만명의 미군 중에는 성전환자가 25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자신들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군 생활을 하고 있다. 그동안 미군 현역 군인은 자신의 성전환 사실이 드러나면 전역 조처되고, 예비군에서도 소집령을 받지못했다.
카터 장관은 국방부는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영국, 이스라엘,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례, 종업원의 성전환 비용을 부담하는 보잉과 포드 등의 사례를 검토해, 이번 조처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전환자의 군 복무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이건 원칙의 문제이다”며 “군 복무를 원하고 우리의 기준에 맞는 미국인들은 그럴 기회를 가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성전환자의 공개 군 복무 조처는 카터 장관이 취임 이후 추진해온 군내의 성차별 철폐를 위한 마지막 조처이다. 카터 장관은 여성에게 모든 전투병과를 개방하는 한편 첫 동성애자 육군장관 임명으로 동성애자 차별도 없앴다. 앞서 미군은 군내의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들의 성 정체성과 관련해 ‘묻지도 말고, 대답하지도 말라’는 묵인 정책을 채택하다가 2011년에 폐지했다.
이번 조처에 따라 성전환자들은 성전환 뒤 18개월 동안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면 군에 입대할 자격을 갖는다. 카터 장관은 또 현재 복무 중인 군인이 성전환 수술을 하면 그 비용을 국방부가 부담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의회 일각에서는 이 조처를 반대하며 청문회 소집을 요구했다. 공화당의 짐 인호프 상원의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자신들의 사회적 의제를 강요하고 있다며, 성전환자 공개 군 복무 허용 조처를 비난하며 유예하라고 주장했다. 맥 손버리 하원 군사위원장은 “행정부는 의회와 미국민에게 우리 군이 전세계에 배치될 때 성전환자들이 개별적인 대응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납득시킬 의사도 없고 납득시키지도 못했다”며 청문회 소집을 요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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