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최근의 흑인 피격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저격수들이 총격을 가해 경찰관 11명이 총을 맞아 이 중 5명이 숨졌다. 사진은 이날 경찰이 저격수들의 총격에 응사 등 대응에 나선 모습. 댈러스/AP 연합뉴스
7일 밤부터 8일 새벽까지 미국 텍사스 댈러스 중심가에서 경찰들을 향한 저격과, 이후 벌어진 용의자들과 경찰의 총격전은 “작은 전쟁 같았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8일 보도했다.
7일(현지시각) 저녁 7시부터 댈러스 중심가에서 최근 루이지애나와 미네소타에서 일어난 백인 경찰들의 흑인 용의자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 행진이 시작됐다.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항의 행진의 일환이었다. 경찰들은 주변에서 평화롭게 시위를 통제하고 있었다. 시위대는 벨로가든 공원에서 올드레드 법원 청사로 행진했다. 2시간 뒤 800명으로 늘어난 시위대는 제이에프케이 추모 광장을 지나쳤다. 1963년 존 케네디 당시 대통령이 저격당한 비극의 장소였다. 이 비극의 장소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밤 9시께 행진이 끝나는 딜리 광장에 시위대가 도착하자, 갑자기 총성이 울렸다. 놀란 시위대들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경찰이 총격 방향을 찾으려 우왕좌왕하는 도중 경찰들이 현장에서 쓰러졌다. 목격자 린 메이스는 “곧 경찰들도 한 방향으로 사격을 시작했고, 그쪽에서도 응사했다”며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사건을 브리핑한 데이비드 브라운 댈러스 경찰청장은 4명의 용의자들이 “조준경을 장착한 장총으로 높은 곳에서 각기 다른 방향으로 협력해서” 저격했다고 설명했다. 총탄들이 현장 부근의 시내 경전철에 맞아 불꽃을 튀겼고, 건물 벽을 때렸다.
군용 위장복을 입은 한 저격수가 장총으로 한 경찰을 쏘고, 건물에 매복했던 경찰들이 그 저격수 쪽으로 응사했다. 이 저격수는 계속 도망가며 총을 쏘았다고 현장 목격자들이 전했다.
용의자와 경찰의 총격전과 대치가 벌어진 곳은 엘센트로대학 주차장이었다. 경찰이 접근하자, 용의자는 몸을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엘센트로로 숨어든 뒤, 경찰과 용의자의 총격전이 시작됐다. 그 용의자가 한 경찰의 등을 저격하는 장면도 현장에 있던 시민 마이클 케빈에 의해 동영상으로 녹화됐다. 이 경찰은 등 뒤로 몇 차례나 저격을 당했다. 케빈은 “정말 처형 장면 같았다”고 전했다. 이 용의자는 엘센트로 주차장에서 매복하고는 경찰과 대치에 들어갔다.
엘센트로 주차장에서 범인이 여전히 저항하는 가운데 다른 3명의 용의자가 검거됐다. 두 명의 용의자는 검은색 메르세데스 승용차를 타고 도주하다가, 댈러스 교외 오크클리프에서 검거됐다. 세번째 용의자는 여성으로 엘센트로 주차장 인근에서 체포됐다.
8일 오전 1시26분께 엘센트로 주차장 부근에서 큰 폭발음과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등 용의자는 경찰에 극력 저항했다. 이 용의자는 경찰과 협상을 벌이다가 다시 2시15분께부터 총격전을 시작했다. 그는 “끝이 다가오고 있다”며 더 많은 경찰들을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주차장과 시내 전역에 폭탄이 있다고도 협박했다. 그는 3시께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용의자 근처로 폭탄 로봇을 보내 폭사시켰다고 <시엔엔>이 보도했다.
이 용의자는 경찰과 협상 도중 흑인들이 사는 문제에 분노했다고 말했다고 브라운 청장이 8일 아침 기자회견에서 전했다. 브라운 청장은 “그는 최근 총격 사건들에 분노했고, 백인들에게 분노했다. 백인들을, 특히 백인 경관들을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어떤 단체에도 속하지 않았고, 이일을 혼자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브라운 청장은 덧붙였다. 체포된 용의자 3명은 경찰에서 심문 중이나, 자세한 정보는 전해지지 않았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엘센트로 주차장에 있던 용의자의 사망이 확인되고, 상황은 수습됐다. 다가오는 새벽 여명 속에서 댈러스 시내는 작은 전쟁터의 상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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