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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폭탄로봇'으로 저격범 폭살 …미 ‘경찰의 군대화’ 논란 가열

등록 2016-07-10 18:06수정 2016-07-10 22:36

군용무기 동원…치안-전쟁 경계 흔들
다른 주도 ‘비슷한 해법’ 가능성 전례
2014년 퍼거슨 사태 때 군 투입 논란
오바마, 경찰 군대화 방지 약속 물거품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경찰이 지난 8일 경찰 저격범을 폭살하는 데 사용한 것과 같은 모델의 군사용 원격조종 로봇.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경찰이 지난 8일 경찰 저격범을 폭살하는 데 사용한 것과 같은 모델의 군사용 원격조종 로봇.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경찰이 지난 8일(현지시각) 경찰 저격범을 제압하는 과정에 ‘폭탄 로봇’을 투입해 ‘경찰의 군대화’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미국 경찰이 군사무기인 원격조종 로봇에 장착한 폭탄을 터뜨려 범인을 폭사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7일 저녁 댈러스에서는 루이지애나주와 미네소타주에서 잇따라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 젊은이 2명이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 행진이 있었다. 이때 흑인 청년 마이카 존슨(25)이 시위 현장 인근의 주차장에 매복해 경찰 5명을 저격해 살해한 뒤 경찰과 밤샘 대치극을 벌였다. 범인과의 협상에 실패한 경찰은 다음날 새벽 3시께 원격조종 로봇에 폭탄을 실어 범인의 은신처로 투입한 뒤 폭발시켰다. 데이비드 브라운 댈러스 경찰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폭탄 로봇이 아닌) 다른 수단들은 경찰관들을 엄중한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도심에서 민간인 신분의 범인을 제압하는 데 처음으로 군사용 무기를 사용한 것을 두고 미국 사회에선 격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의 군사무기 사용의 적법성, 과도한 무력 사용 논란, 충격적인 전례 확립, 경찰의 군사무기 통제 능력 등 어느 하나 가벼운 게 없다.

한편에선, 경찰의 군사용 로봇 투입이 ‘치안’과 ‘전쟁’의 경계를 흐려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경찰의 군사무기 사용이 더 빈번해질 것이란 우려다.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릭 넬슨 연구원은 <뉴욕 타임스>에 “경찰의 물리력 사용 규제를 풀어줄수록, 이번과 같은 전술이 더 쉽게 사용될 것”이라며 “전쟁터에서 무인기 사용이 일반화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에선 적을 죽이는 게 목적이지만 경찰의 임무는 그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댈러스 경찰의 결정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윌리엄 브래턴 뉴욕 경찰국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도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범인은 경찰관 5명을 죽인 자다”라며 비슷한 해법을 동원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경찰이 범인을 밖으로 유인하거나 저격수를 활용할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경찰의 폭탄 로봇 투입의 법적 정당성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에 대해 라이언 칼로 워싱턴대 교수는 “누군가 치명적인 위협을 계속할 때 경찰이 스스로 위험한 상황을 자초할 의무는 없다”며 “법원이 법적인 문제점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상황이 혼란스러운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라며 “사람들은 경찰이 정당한 상황에서 살상무기를 쓰는 건 용인하지만 그것이 익숙한 방식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찰이 무장 범인과 대치하거나 인질극이 벌어진 상황에서 무인 로봇을 사용한 전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대부분은 특수기동대(SWAT)가 범인의 동태와 현장 상황 탐색, 위험물 제거, 인질과 용의자들에게 음식 전달 등에 활용하는 정도였다.

미국 경찰이 군사용 무기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96년 국방부가 잉여 무기를 경찰에 판매하는 경찰력 지원 계획, 이른바 ‘1033 프로그램’이 시행되면서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경찰은 중화기에서부터 장갑차, 헬리콥터, 무인 로봇까지 방대한 군사용 무기를 구입할 수 있었다. 이번에 댈러스 경찰이 투입한 로봇은 4개의 바퀴와 무한궤도, 로봇팔을 장착한 군사용 무선조종 차량으로, 대당 1만달러에 사들였다.

미국 경찰의 군대화 논란은 2014년 8월 미주리주 퍼거슨 사태 때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경찰이 18살의 비무장 흑인 청년을 쏴 죽인 것에 분노한 흑인들의 항의 시위가 거세지자, 지방정부가 중무장 경찰과 주 방위군까지 투입해 오히려 사태를 키웠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경찰의 ‘공권력 과용’을 지적하며 경찰의 군대화 방지를 약속했고, 지난해 5월부터는 연방정부가 지방 경찰에 군대용 무기를 보급하던 것을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미 구입했던 전쟁무기들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 지침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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