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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장총 들고 시위하는 ‘미국 총기문화의 막장’ 텍사스

등록 2016-07-11 16:54수정 2016-07-11 22:21

경찰 저격 현장에 장총 들고 20~30명이 시위
8월부터는 대학 강의실에서도 총기 소지 가능
권총 소지 주민 100만명에게 공개 소지 자동 허용
경찰을 조준 저격한 사건이 일어난 텍사스주는 총기를 공개 소지할 수 있는 등 미국에서 총기 문화가 가장 자유로운 곳이다. 총기 공개 소지를 주장하는 집회에 참석한 텍사스 주민들.
경찰을 조준 저격한 사건이 일어난 텍사스주는 총기를 공개 소지할 수 있는 등 미국에서 총기 문화가 가장 자유로운 곳이다. 총기 공개 소지를 주장하는 집회에 참석한 텍사스 주민들.
지난 7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경찰을 조준 저격한 사건이 발생했던 시위 행진은 유별났다. 백인 경찰의 흑인 용의자 사살에 항의하는 이 시위의 참가자 중 20~30명이 AR-15 등 군사용 장총을 어깨에 공개적으로 메고 있었다. 경찰을 향해 조준 저격한 총성이 울리자, 당황한 경찰들은 시위 현장에 있던 이들 무기 공개 소지자들을 용의자로 체포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 직후 댈러스 경찰은 현장에서 장총을 어깨에 멘 한 시민의 사진을 용의자라고 트위터에 공개했고, 현장 부근에서 무장한 시민 3명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가 적어도 4명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경찰과 대치하다가 사망한 마이카 존슨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혐의로 밝혀졌다.

텍사스주에서는 무기를 공개 소지하는 것이 적법하다. 텍사스는 미국에서 가장 총기 소유가 자유롭고 공개적이다. 용의자로 체포된 이들은 이런 텍사스 문화에 따라, 경찰들의 총기 남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에서도 무기를 공개 소지한 것이다.

이런 텍사스의 무기 문화가 이번 사건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마이크 롤링스 댈러스 시장은 10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무기 공개소지 법을 강화할 필요성을 내비쳤다. 그는 “그 법이 시민과 경찰을 해치고, 보호할 수 없다고 나는 이번에 구체적으로 처음 깨달았다”며 총기 공개소지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이 총기에 반대하는 입장도 아니고 소총을 소유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도 “시위할 때 내 소총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브라운 댈러스경찰국장도 당시 사건 현장에서 무기를 공개소지한 시위대로 인해 엄청난 혼란이 일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데서 총을 쏘는데, 에이아르-15 장총을 들고는 위장복, 방탄조끼, 심지어 마스크까지 쓴 사람들이 현장에서 뛰어다니고 있다면, 그들은 경찰에 의해 제압할 때까지는 용의자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찰에게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만, 텍사스에서는 그건 그들의 권리이다”고 불평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거들었다. 그는 “당신이 경찰이고, 당신을 향해 누가 총을 쏘는지 찾으려고 하는데, 근처에 수십명이 총을 들고 있다고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텍사스의 여론은 꿈쩍도 않고 있다. 총기 소지를 찬성하는 공화당 출신이 주지사이고, 주의회도 장악한데다, 주민들의 총기 소지 여론이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텍사스주 대변인 알레잰드로 가르시아는 “대통령과 반총기 세력들이 또다시 총기 비극을 자신들의 정치적 의제를 위해 점수따기에 이용하려는 것에 놀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총기 공개소지 운동의 지도자인 테리 홀컴 침례교 목사는 이 사건으로 총기규제를 하려는 움직임이 “뉴욕이나 캘리포니아에서는 있을 수 있겠으나, 텍사스에서는 어림도 없다”며 총기 규제를 하려는 “자유주의 좌파들은 반헌법적이고 반자유주의적이다”라고 비난했다.

총기 규제를 하려는 민주당원들도 회의적이다. 베토 오로크 연방 하원의원은 “내가 보기에, 텍사스에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낙담했다. 미국에서 총기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텍사스에서는 오히려 총기 소지가 더 쉬운 방향으로 달려왔다.

텍사스에서는 주민 100만명 이상이 권총을 보이지 않게 소지할 수 있는 허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텍사스 주의회는 이들 주민들에게 무기를 공개소지할 허가도 자동적으로 주는 법을 통과시켰다. 또 오는 8월1일부터는 대학생과 교수진이 권총을 소지하고 강의실에 들어갈 수 있는 법도 발효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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