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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도 한번 세입자는 영원한 세입자?

등록 2016-08-11 16:49수정 2016-08-11 20:41

WSJ “집값 금융위기 이전 수준 회복
신규 공급은 경기후퇴 때와 비슷
중하위 계층 분노 선거에도 영향”
지난해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매물로 나온 한 주택 정원에서 부동산중개회사 직원이 이 집이 매물로 나왔음을 알리는 표지판을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마이애미/AP 연합뉴스
지난해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매물로 나온 한 주택 정원에서 부동산중개회사 직원이 이 집이 매물로 나왔음을 알리는 표지판을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마이애미/AP 연합뉴스
미국 주택 가격이 금융위기 이전의 정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오르면서, 중하위 소득 계층의 내 집 마련 꿈 실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0일 전했다. 집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은 영원히 세입자 신세를 면하기 어려워지는 현실에 중하위층은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분노는 기존 정치권의 아웃사이더들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탈락한 버니 샌더스에 대한 지지로도 이어졌다고도 신문은 분석했다.

10일 전미부동산협회는 올해 2분기 미국 주요 178개 지역 부동산 시장 중 83%의 지역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주택 가격이 올랐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역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1인 가구용 주택의 중간 값이 100만달러(약 11억원)를 넘었다고 밝혔다. 미국 주요 도시 주택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지수인 ‘에스앤피(S&P) 코어로직’ 지수 중 일부는 주택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2007년 7월의 2% 아래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문제는 이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냉각됐던 미국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띤다는 징후로 보기에는 내용이 그리 건강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 가격 상승이 주택 구매자가 늘어서라기보다는 주택 신규공급 부족 때문으로 해석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주택 가격은 2012년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주택 건설은 경기후퇴 시절 수준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분기 미국 가구의 주택 소유 비율은 인구조사국이 분기별 조사를 시작한 1965년 이후 최저이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비율도 거의 30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올해 주택 보유 가구 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과 달리 2분기는 62.9%로 지난해 동기 63.4%에 견줘 다시 하락했다. 부동산 전문가인 남서캘리포니아대의 아서 아콜린과 펜실베이니아대의 로리 굿맨는 2050년이 되면 미국 가구의 주택 보유 비율은 58%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주택 구매를 희망하는 수백만 가구는 너무 높은 가격 때문에 세입자로 지내는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이다. 전미부동산협회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로렌스 윤은 “나는 우리가 정상적인 주택시장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패자들은 명백히 주택 자산가치 상승 대열에 참가할 수 없으며 늘어나고 있는 세입자들이다. 이들은 중산층으로 향하는 부의 원천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보유 비율 하락은 결국 2차대전 뒤 형성된 미국 중산층 숫자를 줄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야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은퇴 뒤를 대비한 저축 여력 등도 생기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어려워진 모기지 대출은 주택 보유 비율을 낮추는 또다른 원인이다. 신용을 쌓을 시간이 적었고 학비 대출금이 남아있는 젊은층일수록 대출을 받기 어렵다. 금융위기의 직접적 촉발 원인은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상환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준 데 있었다. 모기지 대출 요건을 무조건 완화하기도 어렵다. 건설업자들은 금융위기 이후에는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충분한 부유층을 겨냥한 고가 주택 건설에 주로 매달리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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