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한 흑인 남성이 시위 진압경찰관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밀워키에서는 지난 13일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흑인 청년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뒤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밀워키/AFP 연합뉴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지난 13일 차량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흑인이 경찰의 총격에 숨진 사건에 대한 현지 흑인들의 항의 시위가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흑백갈등을 야기시키며 15일까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13~14일 밀워키 북부 흑인 밀집지역에선 성난 군중이 주유소와 경찰차를 불태우고, 돌을 던지는 등 격렬한 폭력시위를 벌여 부상자가 속출했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가 14일 밀워키에 비상사태를 선포한데 이어 밀워키 시 당국은 밤 10시부터 청소년 야간통행 금지령을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밀워키에선 안전을 위해 17살 이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밤 11시부터 야간 통행금지 정책을 실시해왔는데, 이를 한 시간 앞당긴 것이다.
이번 밀워키 흑인 소요사태는 한때 경제 중심지로 번성했던 도시의 쇠락과 흑백간 경제·사회적 갈등에서 비롯된 예고된 사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위스콘신주 최대 도시인 밀워키는 미시간 호수에 인접한 전통적인 산업도시다. 세계시장 2위인 유명 맥주 브랜드인 밀러-쿠어스의 본사가 있어 매년 맥주축제가 열린다. 또 할리데이비슨 등 기계공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발달한 도시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미 경제호황기에 수많은 흑인들이 좋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찾아 밀워키 산업지대로 몰려들었다. 당시 철저한 흑백 분리정책으로 밀워키는 흑인과 백인의 주거지역이 남북으로 나뉘었고, 1960년대 들어 미국 시민권 운동과 인종차별 철폐 운동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밀워키는 미국에서 흑인이 가장 살기 힘든 도시로 꼽힌다. 전통산업이 급속히 경쟁력을 잃고 도시 경제가 침체하면서, 노동자층인 흑인들이 가장 먼저 집중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밀워키 인구 60만명 중 흑인 인구가 40%를 차지하는데, 대부분 북부 빈곤지역에 모여 산다. 흑인 실업률은 17.2%로 도시 평균(6%)의 3배나 된다. 빈곤선 이하 생활자 비율은 28%다. 그러다보니 흑인들의 교육 수준과 취업률은 떨어지고 범죄율은 높아지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위스콘신-밀워키대의 2013년 연구조사를 보면, 밀워키 지역 흑인 중 수감자 비율이 12.8%로, 8명 중 1명은 감옥에 있었다. 이런 상황은 디트로이트, 볼티모어 등 과거 번성했던 산업도시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밀워키는 그 정도가 더 심한 것이다. 특히 중북부에 속한 밀워키는 도심만 벗어나면 넓은 목초지대 등 전통적인 백인 농촌지역이어서 위스콘신주에서 흑인들이 거주하는 곳은 대도시인 밀워키가 거의 유일하다. 이때문에 인종적 다양성이 동부나 서부에 비해 떨어져 인종 편견이 상대적으로 더 심하다고 볼 수 있다. 흑인 여성 주민인 세실 브루어(67)는 “이곳엔 살아보지 않았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인종주의가 있다”며 “사람들이 단지 내 피부색 때문에 나를 쳐다보는 것에 질려버렸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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