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감옥서 ‘라면’ 인기 짱…‘지하경제 화폐’ 구실까지

등록 2016-08-23 15:09수정 2016-08-23 16:53

교도소 급식 양과 질 나빠지면서 대체식품·화폐로 인기
수감자가 교도소 라면 조리법과 일화들 담은 책 내기도
히스패닉-흑인 수감자들간 폭력충돌도 라면으로 화해
라면이 미국의 교도소에서 맛과 영양을 겸비한 식품이자 담배를 대체한 ‘화폐’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픽사베이의 자료 이미지.
라면이 미국의 교도소에서 맛과 영양을 겸비한 식품이자 담배를 대체한 ‘화폐’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픽사베이의 자료 이미지.
미국의 교도소에서 라면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교도소 수감자들 사이에서 라면은 담배를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통용 화폐’로 떠올랐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애리조나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마이클 깁슨 라이트는 미국 교도소들의 비용 절감 탓에 급식의 양과 질이 모두 나빠지면서 라면이 가장 값어치 있는 상품이자 화폐로 통용되는 실태를 확인했다. 이런 사실은 그가 ‘교도소 노역에 대한 연구’의 일부로 미국의 한 주립교도소를 1년 동안 관찰하며 60명의 수감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밝혀졌다.

깁슨 라이트는 “라면은 구하기 쉽고 칼로리도 높다”며 “재소자 다수가 급식으로는 노역과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얻지 못하면서 라면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면이 저렴하면서도 쉽게 변질되지 않아 장기 보관이 가능한 식품이어서 교도소 ‘지하경제’에서 돈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로저스라는 이름의 한 수감자는 깁슨 라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교도서 안에선 어떻게든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된다”며 “이 곳에선 라면이 돈이다. 슬프지만 사실이다”고 말했다.

교도소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라면이 인기 있는 상품이긴 했다. 불법무기 소지 혐의 등으로 10년 이상 수감 중인 구스타보 알바레스는 지난해 <교도소 라면: 철창 안에서의 조리법과 여러 이야기들>이란 제목의 옥중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소개했다.

알바레스는 2009년 교도소 안에서 히스패닉계 수감자들과 흑인 수감자들이 인종갈등으로 으르렁거리다 폭력 충돌로까지 치달았으나 한 고참 수감자가 기지를 발휘해 라면을 함께 조리해 먹으며 화해하는 모습을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알바레스가 소개한 라면 조리법에는 옥수수칩·돼지고기 통조림·콩 따위를 넣은 라면 타말레, 딸기 젤리와 간장으로 맛을 낸 데리야키 등도 포함돼 있다.

한편, 깁슨 라이트가 조사한 미국의 한 교도소는 비용 절감으로 수감자 급식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중에 따뜻한 음식은 하루 세 끼에서 두 끼로 줄었고, 주말에는 두 끼만 제공됐다. 깁슨 라이트는 이런 실태를 ‘징벌적 절약’으로 지칭하고, 미국 정부의 교정시설 관련 지출이 1982년 이후 급증한 수감자 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