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이 돌고래 근처에서 함께 수영하는 ‘돌고래 수영’을 금지하는 법안이 미국에서 발의됐다. 야행성인 돌고래들이 낮잠을 잘 자는 것이, 관광객들의 즐거움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돌고래로부터 50야드(약 46m) 이내에서 수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 등 외신들이 23일(현지시각) 전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해양포유류보호법을 통해 돌고래를 포함한 해양 포유류들에 대한 괴롭힘이나 학대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번 법안은 이 보호법의 하위 규정으로 인간이 돌고래로부터 50야드 이내로 접근하는 것을 불법적인 학대로 명시한다.
지난 1월21일 미국 하와이를 찾은 관광객들이 바다 위로 돌고래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하와이/AP 연합뉴스
미국 하와이섬 근처에서 주로 서식하는 스피너 돌고래는 밤에는 깊은 바다에서 먹이를 잡아먹고, 낮에는 얕은 해안가로 올라와 잠을 자는 야행성 동물이다. 하와이를 찾은 관광객들은 주로 낮에 얕은 해안가에서 수영을 하며 잠을 자고 있는 돌고래 근처로 다가가 함께 수영을 하는 ‘돌고래 수영’을 즐기는데, 미국 수산청과 환경보호단체 등에서는 돌고래 수영이 돌고래의 낮잠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반대 운동을 벌여 왔다. 수잔 퓰츠 미국 수산청 보존계획국 국장은 “하루에 수십여명의 관광객이 돌아가며 돌고래 수영을 하는데, 이 때문에 돌고래가 제대로 쉬지 못해 돌고래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수산청이 인간의 방해로 잠을 자지 못한 돌고래의 행동 변화를 조사한 연구 결과를 보면, 피로가 쌓인 돌고래들은 수면 위로 나와서 점프를 하는 횟수가 많아지거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으로 이동하는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퓰츠 국장은 이러한 행동 변화로 인해 돌고래들이 필요없는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돌고래 수영’ 금지 법안에 하와이 관광 업계도 환영하고 있다. 하와이 오아후섬에서 23년간 관광업에 종사해온 빅토르 로자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관광객들이 돌고래와 사진을 찍기 위해 셀카봉을 들이대는 등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며 새롭게 만들어지는 법안이 가져올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돌고래 수영 금지 법안은 60일간의 여론 수렴 기간을 거친 뒤 효력을 갖는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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