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미국 언론사 해킹 소식을 보도하는 미국 <시엔엔> 방송 화면 갈무리.
러시아 정보기관을 배후로 둔 해커들이 <뉴욕 타임스>를 포함한 미국 언론사를 대상으로 지난 몇 달간 해킹 공격을 해왔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23일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해커의 공격이 성공했다는 증거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엔엔>은 최근 몇 달간 미 연방수사국(FBI)과 안보기관들이 언론사에 대한 해킹 공격을 수사중이었으며,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보면 해킹 배후에 러시아 정보당국이 있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방송은 이어 이번 해킹이 지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해킹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의 아일린 머피 대변인은 “이달 뉴욕타임스의 모스크바 지부를 해킹하려는 시도가 있긴 했지만, 모스크바 지부를 포함해 뉴욕타임스의 내부 시스템이 실제 공격을 받았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언론사마다 보도 내용이 엇갈리지만, 아직까지 연방수사국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해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이메일 해킹 사건 이후 한달 만에 드러난 러시아 배후의 해킹 공격이 된다. 지난달에는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전국위원회 간부들의 이메일이 해커 공격으로 유출됐으며, 메일 내용에 전국위원회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경선을 편파적으로 관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클린턴 쪽은 당시 이메일 해킹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돕기 위한 러시아 정보당국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간접적으로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이번 해킹도 <뉴욕 타임스>를 비롯해 그동안 트럼프 후보에 비판적인 언론사들이 해킹의 목표물이 되었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해킹 배후에 있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연이어 일어난 러시아의 해킹 양상을 보면, 단순히 정보를 빼돌리는 데서 나아가 상대국의 정치를 교란하려는 목적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악관에서 사이버안보위원을 역임한 안보 전문가 애리 슈워츠는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이메일 유출 당시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선거본부를 해킹하는 것은 전통적인 공격이지만, 빼돌린 정보를 통해 선거판을 흔들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