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의회의 탄핵심판 최종 표결을 하루 앞둔 마지막 회의에 출석해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최후 변론을 하고 있다. 브라질리아/ AFP 연합뉴스
지우마 호세프(68) 브라질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판가름할 탄핵심판 표결의 날이 밝았다.
브라질 의회 상원은 29일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를 마친 데 이어 30일 오전(현지시각) 탄핵 여부를 결정할 최종표결을 시작했다. 상원 전체의원 81명의 3분의 2(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되며, 직무정지 상태인 호세프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을 상실한다.
호세프 탄핵이 확정되면 2002년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70)의 승리로 브라질 최초의 좌파정권 시대를 열었던 노동자당의 13년 집권도 막을 내리게 된다. 2018년 대선까지 잔여 임기는 한때 노동자당 연정에 참여했다가 탈퇴한 브라질민주운동당 소속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직무대행이 승계한다. 상원의 탄핵 표결 결과는 31일 오전(한국시각 31일 오후)에나 공식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세프는 1기 집권 중이던 2014년 대선 당시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려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야권의 탄핵 소추에 몰렸다. 호세프는 그러나 “자신은 양심에 비추어 떳떳하며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항변해왔다. 탄핵 비판 세력은 2014년부터 브라질 정국을 강타한 페트포브라스 정경유착 부패 혐의에 연루된 기득권 정치인들이 법적 처벌을 모면하려 ‘대통령 탄핵’ 을 추진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29일 오전 호세프 대통령은 상원에 출석해 “경제적 기득권이 아닌 민주주의에 투표해달라, (의회)쿠데타를 용인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45분간의 최후변론을 했다고 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호세프는 의원들에게 “나는 감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여러분의 눈을 직접 보며 말하기 위해 여기 왔다”며 “나는 공금으로 치부한 적이 없고 사익을 위해 예산을 조작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호세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1970년대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 무장게릴라 투쟁을 벌이다 체포돼 고문받은 경험 등 자신의 민주화운동과 암 투병 시절을 돌이키면서는 눈물을 글썽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호세프가 “나는 죽을 고비를 두 번이나 넘겼지만, 지금 두려운 오직 하나는 민주주의의 죽음”이라고 호소하던 순간, 연설을 지켜보던 룰라 전 대통령이 갑자기 “지우마, 브라질 민중의 전사”라고 외치기도 했다.
브라질 야권이 주도하는 지우마 호세프(68) 대통령에 대한 의회 상원의 탄핵심판 최종 표결을 하루 앞둔 29일 저녁 브라질 주요도시들에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열린 가운데 상파울루의 거리 시위에 참여한 한 청년이 거센 항의의 몸짓을 하고 있다. 상원의 탄핵이 확정되면 호세프는 즉시 대통령 직위를 상실하며, 2018년까지 잔여 임기는 노동자당 연정에 참여했다 탈퇴한 브라질민주운동당의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승계한다. 표결 결과는 31일 오전(한국시각 31일 오후)께 나올 전망이다. 상파울루/AP 연합뉴스
같은 시각 수도 브라질리아의 의사당 앞을 비롯해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루 등 주요도시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우리가 5400만명의 지우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호세프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호세프는 2014년 대선에서 약 5400만표(득표율 51.6%)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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