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원에서 탄핵안 최종 표결을 앞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29일 의회에서 증언을 하는 동안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고 고민하는 표정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리아/AFP 연합뉴스
브라질 의회 상원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을 통과시킬 게 확실시된다. 지난 5월 상원의 탄핵심판 개시 결정으로 직무가 정지된 호세프 대통령은 의회의 탄핵이 확정되면 대법원에 위헌소송을 청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탄핵안은 상원 전체의원 81명 중 3분의 2(54명)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브라질 상원은 30일로 닷새째 탄핵심판의 막바지 토론을 이어갔다. 애초 이날 예정됐던 탄핵안 표결도 미뤄졌다. 이날 오후부터 시작된 최종 토론에 의원 81명 중 최소 66명이 발언을 신청한데다, 각기 주어진 제한시간 10분을 대부분 초과해서다. 탄핵심판을 주관하는 히카르두 레반도브스키 대법원장은 “표결에 앞서 상원의원들의 발언을 모두 듣겠다. 탄핵심판은 31일 늦은 오전(한국시각 31일 오후)에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에 따라 호세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탄핵 표결도 31일로 늦춰졌다.
앞서 29일 호세프 대통령은 상원에 출석해 “경제적 기득권이 아닌 민주주의에 투표해달라. (의회) 쿠데타를 용인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45분간의 최후변론을 했지만 이미 ‘탄핵’ 쪽으로 기울어진 기류를 뒤집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30일까지 적어도 52명의 의원이 ‘탄핵 찬성’ 투표 의향을 밝혀 탄핵의결 정족수(54표)에 바짝 근접했다. ‘반대’한다는 의원은 18명, 찬반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의원은 11명이었다. 앞서 지난 5월 상원이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킨 ‘탄핵심판 개시’ 결정은 찬성 55표-반대 22표로 통과됐다.
탄핵을 주도하는 야권은 호세프 대통령이 2014년 대선 당시 재정적자 규모가 적어보이도록 정부 회계를 분식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호세프 대통령은 최후변론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 절차는 경제 기득권 엘리트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의회 쿠데타”라며 재정회계법 위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집권 노동자당의 연정에 참여했다가 탈퇴한 브라질민주운동당의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선 “권력 찬탈자”라며 날카로운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호세프는 또 1970년대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 무장게릴라 투쟁을 벌이다 체포돼 고문받은 경험과 힘겨운 암 투병 시절을 돌이키면서 “나는 죽을 고비를 두 번이나 넘겼지만, 지금 두려운 오직 하나는 민주주의의 죽음”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권은 호세프 탄핵을 부패와 경제 실정에 대한 심판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2014년 대선에서 호세프에게 패배한 아에시우 네베스 상원의원은 “호세프 대통령 집권 이후 최악의 결과는 1200만명에 이르는 실업자들이며, 이 중 500만명은 2014년 재선 이후 생겼다”고 비판했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테메르 권한대행이 2018년까지 잔여 임기를 승계하므로 권력구조에는 변동이 없다. 그러나 호세프 탄핵에 반대하는 지지 세력이 반발하면서 브라질 정국은 한동안 극심한 진통을 겪을 수 있다. 호세프 탄핵으로 브라질 정권은 바뀌지만 정치가 바뀐 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테메르 권한대행이 꾸린 내각에선 한 달도 안 돼 3명의 장관이 ‘페트로브라스 부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옷을 벗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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