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항의하며… 지난 1일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 샌디에이고 차저스의 프로 풋볼 경기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퀄컴 경기장에서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미국의 국가가 연주되는 중 기립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다. 캐퍼닉은 경기 직후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 차별을 반대하며 이같이 행동했다고 밝혔다. 샌디에이고/AP 연합뉴스
미 프로풋볼 선수 캐퍼닉 옹호
‘인종차별 항의’ 국가연주때 기립 거부
‘인종차별 항의’ 국가연주때 기립 거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에서 논란을 일으킨 미국프로풋볼(NFL) 선수의 국민의례 거부를 두고 “헌법상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며 옹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풋볼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은 채 일어서지 않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29)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는 소신을 표출하고자 헌법상 기본권을 행사했다”며 “그가 한 일은 논의가 필요한 주제에 더 많은 토론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그렇게 해온 역사가 있다”며 캐퍼닉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캐퍼닉은 지난달 26일 그린베이 패커스와의 경기에서 국가 연주 때 혼자 일어서지 않았다. 최근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 차별을 이유로 ‘유색인종을 억압하는 나라의 국가에는 자부심이 없다’는 항의 표시였다. 캐퍼닉은 이어 지난 1일 샌디에이고 차저스와의 시범경기에서도 국민의례를 하지 않았고, 팀 동료 에릭 리드(24)도 기립 거부에 동참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캐퍼닉은 “미국에선 지금 정의롭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바꾸는 것만이 미국이 모든 이들의 자유와 정의를 위해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캐퍼닉의 행동을 두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쪽과 “스포츠 경기에서 정치적 견해를 드러냈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관중들은 캐퍼닉을 향해 “국가에 경의를 표하라”고 야유를 퍼붓기도 했고, 샌타클래라 경찰국은 “팀에서 캐퍼닉의 행동에 고심하지 않는다면, 경기 경호를 거부할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끔찍하다”며 “캐퍼닉은 당장 자신에게 맞는 국가를 찾아 떠나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구단은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 선수 개인은 국가 연주 의식 참여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그를 두둔했다. 캐퍼닉을 지지하는 팬들은 인종 차별에 반대한다는 그의 국민의례 거부를 옹호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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