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투자 은행들이 최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행동평가를 사원 채용에 채택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월가 투자은행은 그동안 지원자의 대학 학업 성적, 과외 활동 등을 평가해서 주로 사원을 뽑아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의 미국 지사가 최근 시애틀에 본사를 둔 회사인 ‘코루’의 행동평가 프로그램을 대졸 사원 채용에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원자가 20여분간 온라인에서 행동평가 시험을 보는 행태인데, 이를 통해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당신은 회사가 내년에 쓰레기를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토론 끝에 나온 해결책으로는 쓰레기는 10%밖에 줄이지 못할 것 같다. 토론 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 같은 질문을 던지고, 지원자가 답하는 식이다. 도이체방크에서 채용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노엘 볼페는 “기계를 속일 수는 없다”며 “이 프로그램이 회사에 더 오래 다닐 수 있는 사람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투자은행들이 선호하는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 졸업자들 상당수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고 말했다. 행동평가 프로그램의 기본 원리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적당한 짝을 찾는 프로그램과 동일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티그룹과 골드만삭스도 사원 채용에 행동평가 프로그램 도입을 시험중이다.
월가 투자은행들이 행동평가 프로그램 활용에 뛰어드는 또다른 배경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아이비리그 졸업생들이 이전만큼 월가 투자은행을 선호하지 않게 되었다. 투자은행들은 채용 대상 후보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투자은행들은 금융위기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사원들의 사회적 배경이 다양하지 못해 금융위기 때 군중심리에 더 쉽게 휘말렸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