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24일 미국 미주리주의 퍼거슨 경찰서 앞에서 흑인 인권운동가 대런 실스(가운데 흰 점선)가 무장한 10대 소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경관의 기소 여부를 기다리며 시위대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퍼거슨/AP 연합뉴스
2년 전 비무장한 10대 소년을 백인 경관이 쏘면서 흑인 인권 운동으로 번졌던 ‘퍼거슨 사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흑인 인권운동가가 불에 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들은 이번 사건이 흑인 활동가를 목표로 한 범죄라고 주장하며 투명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6일 새벽 2시께,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 외곽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인권운동가 대런 실스(29)가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고 미국 <시엔엔>(CNN) 등 외신이 7일 전했다. 퍼거슨 시를 관할하는 세인트루이스카운티 경찰은 차량이 불타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차 안에는 이미 총상을 입고 숨진 실스의 주검이 놓여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살인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용의자의 신원이나 범행 동기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상태다.
퍼거슨의 평범한 노동자였던 실스는 2014년 8월 퍼거슨에서 비무장 상태였던 10대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한 뒤, 시위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흑인 운동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인물이다. 2014년 11월 미주리주의 대배심에서 브라운을 쐈던 대런 윌슨 경관을 불기소하기로 결정하자, 실스는 브라운의 어머니와 함께 퍼거슨 경찰서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실스는 민주당이 흑인의 생명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며 지역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낙선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실스의 죽음이 알려지자 동료들과 퍼거슨 지역 주민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실스와 함께 활동했던 인권운동가 바심 마스리는 “실스의 꿈은 모든 아이들이 와서 공부하고 쉴 수 있는 청소년 센터를 퍼거슨시에 만드는 것이었다”며 평소 지역 청소년들에게 애정이 많았던 고인을 기렸다.
‘퍼거슨 사태’ 당시 활동했던 흑인 인권운동가들이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윌슨 경관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2014년 11월24일 밤, 실스와 함께 활동했던 디앤드리 조슈아도 불타고 있는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연이은 사망 사고로 활동가들 사이에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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