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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미국은 돈이 없다” 클린턴 “당신이 소득세 안낸 탓”

등록 2016-09-27 14:36수정 2016-09-27 17:30

미 대선 1차 토론…클린턴, 트럼프 공격에 차분히 응수
트럼프, 납세·오바마 출생 논란 공격 받자 당황하기도
26일 밤(현지시각) 미국 뉴욕 햄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치러진 2016 미국 대선 제1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26일 밤(현지시각) 미국 뉴욕 햄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치러진 2016 미국 대선 제1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도널드, 당신과 함께 있으니 좋네요.”

일자리 문제와 관련된 사회자의 첫 질문에 답한 힐러리 클린턴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클린턴의 발언에 토론회장에 감돌던 긴장된 분위기는 잠시 누그러지는 듯 했으나, 그간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사이의 ‘전쟁’을 지켜봤던 시청자들은 그것이 클린턴의 ‘선전포고’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토론 무대에 등장한 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짧게 악수를 했던 두 후보는 곧 90분간의 격전을 시작했다.

공세의 고삐는 트럼프가 먼저 쥐었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답변 틈틈이 “틀렸다”(wrong)거나 “사실이다”(facts)라면서 끼어들어 클린턴의 발언을 방해했다. 역시 트럼프다운 모습이었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경제 정책에 의문을 보이며 “지난 30년간 당신은 정치를 했는데, 왜 지금에서야 이런 해결책들을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반복해서 빈정댔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정치 경력을 의미하는 ‘30년’이라는 단어를 모두 5번이나 언급하며 클린턴의 강점으로 꼽히는 정치 전문가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토론 중반을 넘어설수록 트럼프는 조급해했고, 클린턴은 여유를 찾았다. 지난 공화당 경선 티브이 토론회에서는 ‘거짓말쟁이 테드 크루즈’, ‘꼬마 마코 루비오’, ‘무기력한 젭 부시’ 등 상대 후보들이 트럼프와 함께 흥분하며 토론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면, 클린턴은 이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팩트 체커분들이 확인하셔야겠네요”라며 차분히 응수했다. 트럼프의 발언 가운데 사실관계가 틀린 대목이 많다는 것을 계속 지적했다.

클린턴은 사실 관계를 바로잡으면서도, ‘납세 문제’와 ‘오바마 출생 논란’ 등 트럼프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납세 내역을 왜 공개하지 않느냐는 클린턴의 질문에 트럼프는 화제를 돌려 “당신의 아이디어에 너무 많은 돈을 탕진해서 미국은 돈이 없다”라고 반격했는데, 클린턴은 “그건 아마도 당신이 수년간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응수했다. 관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 논란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오바마의 출생 사실을 인정하는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

26일 밤(현지시각) 미국 뉴욕 햄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치러진 2016 미국 대선 제1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26일 밤(현지시각) 미국 뉴욕 햄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치러진 2016 미국 대선 제1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반면, 트럼프는 클린턴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클린턴은 “실수였고, 반성하고 있고, 책임을 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트럼프의 ‘이메일 스캔들’ 공격을 사전에 차단했다. 클린턴의 건강 논란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폐렴 병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대신 “클린턴은 충분한 스태미나가 없다”고 에둘러 비난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112개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활동하고, 의회에서 11시간 동안 증언을 한다면, 그때 스태미너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자신이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며 열정적으로 일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트럼프의 예봉을 피해간 것이다. 역시 관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트럼프는 클린턴 재단의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 토론에서 트럼프는 푸른색 넥타이를 맸고, 클린턴은 붉은 옷을 입었다. 의상으로도 대척점에 섰던 두 후보는 “선거 결과를 유권자들의 뜻로 해석하고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사회자의 마지막 질문에 와서야 미소를 보였다.

클린턴은 “선거 결과는 후보가 아닌 유권자들에게 달렸다”고 강조하면서도 “당연히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라 전했다. 트럼프는 “나는 클린턴의 의지를 믿진 않는다. 그러나 클린턴이 이기면, 당연히 지지할 것”이라 말했다. 치열했던 첫 토론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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