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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부통령 TV토론 ‘한몸 바쳐 보스를 지켜라’

등록 2016-10-05 15:39수정 2016-10-05 18:04

민주당 팀 케인-공화당 마이크 펜스
정책 대결 대신 클린턴-트럼프 대리전
북한 선제공격 이슈도…김정은 언급도
클린턴-트럼프 장외대결이 더 후끈
미국 역사상 최악의 비호감으로 꼽히는 대통령 후보들에 가려 ‘존재감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부통령 후보들이 나란히 텔레비전에 등장했습니다. 민주당의 팀 케인 부통령 후보, 공화당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4일(현지시각) 두 후보는 버지니아주 팜빌의 롱우드 대학에서 열린 미 대선 부통령 후보 텔레비전(티브이) 토론에서 90여분간 국가 안보·테러리즘·사회 복지 등의 주제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미국 <시비에스>(CBS)의 일레인 키하노 앵커가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티브이 토론을 두고 ‘한번만 치르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끔찍했다’는 혹평이 곳곳에서 나옵니다. 정책 대결은 사라졌고,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이 난무했습니다. 케인은 도널드 트럼프의 공격수 역할을 충실히 했고, 펜스 역시 ‘클린턴 재단’, ‘이메일 스캔들’ 등 지난 1차 티브이 토론에서 트럼프가 공격하지 못했던 힐러리 클린턴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토론의 주요 순간을 정리해봤습니다.

4일(현지시각) 열린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 티브이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는 마이크 펜스(왼쪽) 공화당 부통령 후보와 팀 케인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팜빌/AP 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열린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 티브이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는 마이크 펜스(왼쪽) 공화당 부통령 후보와 팀 케인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팜빌/AP 연합뉴스

1. 내 러닝메이트는 내가 지킨다

처음부터 부통령 후보의 토론이 정책 대결로 흘러갈 것이라는 기대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번 토론은 클린턴-트럼프 대선 후보의 대리전이 되리라는 관측이 많았고, 그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습니다. 두 후보는 북핵 문제, 테러리즘처럼 이슈별로 토론을 진행하려는 사회자의 말을 무시한 채 상대 후보의 러닝메이트를 공격하고, 자신의 러닝메이트를 방어했습니다.

팀 케인은 지난 주 내내 논란이 됐던 트럼프의 연방 소득세 납부 회피 논란을 먼저 언급했습니다.

▶팀 케인: 지난주 토론에서 클린턴이 “세금을 안내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 트럼프는 “내가 똑똑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군인, 예비역 군인, 교사 등을 위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똑똑하다는 뜻인가? 세금을 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리석은 것이고?

펜스는 자신들의 세금 정책을 언급했을 뿐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마이크 펜스: 트럼프는 법이 요구하는, 100쪽에 달하는 재산 내역을 이미 공개했다. 누구나 그 자료를 볼 수 있다. … 클린턴은 국민들의 세금을 올릴 것이지만, 우리는 세금을 깎을 것이다.

트럼프의 차별적 발언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펜스 역시 클린턴의 부적절한 발언을 상기시키며 케인의 공격을 방어했습니다.

▶케인: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내내 멕시코인들을 성폭행범, 범죄자라고 불렀다. 그는 여성을 게으름뱅이, 돼지, 개라고 불렀다. 역겨운 일이다. 그는 (펜스의 지역구인) 인디애나주의 연방 판사를 단지 부모가 멕시코 출신이라는 이유로 실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흑인들은 지옥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시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 트럼프가 이끄는, ‘모욕이 이끄는 선거 운동 본부’(insult-driven campaign)를 펜스가 방어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펜스: 케인은 우리가 ‘모욕이 이끄는 선거 운동 본부’라고 했다. 다들 들었는가? 클린턴은 (트럼프의) 지지자들 절반 이상이 ‘개탄할만한 집단’이라고 했다. 이들은 구제할 길도 없고, 미국인이 아니라고까지 했다. 또한 클린턴은 더 강한 미국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다고 믿는, 그리고 불법 이민을 끝낼 수 있다고 믿는 미국인들에게 ‘-주의’(ism)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지난 1차 대통령 후보 티브이 토론에서 일절 언급되지 않았던 ‘클린턴 재단 특혜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팀 케인은 “클린턴은 재단을 통해 봉사했지만, 트럼프 재단의 이익은 모두 트럼프의 주머니에 들어갔다”고 주장했습니다.

▶펜스: 클린턴은 ‘클린턴 재단’이라는 사적인 재단을 세웠다.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클린턴은 재단을 통해 외국 정부와 기부자로부터 수천만달러의 돈을 모았다. 외국 정부는 미국 정치 과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또한 재정적으로 기부를 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클린턴은 재단이라는 방법을 찾아냈고, 그들에게서 수천만달러의 돈을 받았으며, 많은 돈을 낸 기부자들과 함게 비밀스러운 회의를 열었다.

▶케인: 클린턴 재단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재단이다. 재단에서는 약 1150만명에게 에이즈 치료약을 공급했다.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도 돕는다. … 그러나 트럼프 재단은 무슨 일을 하는가? 클린턴 재단은 철저하게 비영리 기관이며, 재단을 통해 수익을 얻지도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는 재단에서 나온 돈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자식들의 주머니에 넣었다.

부통령 후보들의 말을 곱씹어본다면, 그리고 만약 두 사람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클린턴과 트럼프 후보는 모두 대통령이 되기엔 위험한 인물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4일 미국 버지니아주 팜빌에서 열린 대선 부통령 티브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팀 케인(왼쪽)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 마이크 펜스(오른쪽) 부통령 후보. 팜빌/AP 연합뉴스
4일 미국 버지니아주 팜빌에서 열린 대선 부통령 티브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팀 케인(왼쪽)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 마이크 펜스(오른쪽) 부통령 후보. 팜빌/AP 연합뉴스

2. 부통령 티브이 토론, 승자와 패자는?

처음이자 마지막, 단 한번 밖에 치러지지 않는 부통령 후보 티브이 토론의 승자와 패자를 꼽아봤습니다.

승자: 마이크 펜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

부통령 후보 토론이 끝난 직후 상당수의 미국 언론은 마이크 펜스 후보가 약간 우세했다고 평했습니다. 토론 직후 치러진 <시엔엔>(CNN)과 여론조사기관 ‘오아르시’의 공동 여론 조사도 펜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펜스는 토론 초반부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조급했던 팀 케인을 상대로도 차분하게 대답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케인이 제기했던 트럼프의 논란 발언들에 대해 펜스가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요리조리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던 것은 단점으로 꼽힙니다.

4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팜빌의 롱우드 대학에서 관객들이 열린 부통령 티브이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팜빌/EPA 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팜빌의 롱우드 대학에서 관객들이 열린 부통령 티브이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팜빌/EPA 연합뉴스
승자: 부통령 후보 토론이 끝나길 원했던 모든 시청자들

다행히도, 부통령 후보 티브이 토론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상대 후보의 비방전으로 치달았던 이번 토론을 비판하며 “1976년 전까지 부통령 후보자들의 티브이 토론은 없었다.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길’(Make America Great Again)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패자: 팀 케인 (민주당 부통령 후보)

케인은 토론 초반부터 맹공을 펼쳤습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차분하게 토론을 이어가던 펜스의 말을 끊어가면서 말이죠. 케인 입장에서는 토론 초반부터 분위기를 압도하려는 전략이었겠지만, 성급하게 상대 발언을 끊었던 케인이 도널드 트럼프의 조급한 모습과 닮아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시엔엔>은 “케인은 펜스의 발언 동안 이의를 제기하고 반박을 하면서 펜스의 발언 시간을 소모하려 했던 전략을 썼다”며 “이는 일부 시청자들에게 거만하게 보이거나, 짜증을 일으킬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고 평했습니다.

4일(현지시각), 부통령 티브이 토론의 사회를 맡은 일레인 키하노 <시비에스> 방송 앵커.팜빌/AFP 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부통령 티브이 토론의 사회를 맡은 일레인 키하노 <시비에스> 방송 앵커.팜빌/AFP 연합뉴스
패자: 일레인 키하노 (사회자)

이번 토론의 사회를 맡은 키하노 앵커는 90분 내내 후보자들의 발언에 끌려다녔습니다. 팀 케인과 마이크 펜스는 사회자가 제시한 주제와 상관없이 트럼프의 소득세 논란, 클린턴 재단 문제 등을 거론하며 상대를 헐뜯는데 급급했습니다. 키하노는 “시간이 다 됐다”, “그만 말해라”라고 말하며 강하게 후보자들의 말을 끊는 대신, “이제 북한에 대해 말해보자”, “테러 문제에 대해 말해보자”라는 등의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사회자가 토론을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했다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승자일까 패자일까? 북핵 이슈

이번 토론에서 북핵 이슈는 주요 토론 주제 중 하나로 등장했습니다. ‘북한’(North Korea)이라는 단어는 모두 14번 언급됐는데, 이는 지난 1차 클린턴-트럼프 토론에서 5차례 언급된 것에 비하면 3배 정도 늘어난 수치입니다. 케인은 “북한이 핵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정보를 받는다면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 미국을 임박한 위기에서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 답했습니다. 펜스 역시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위협’과 함께 ‘북한’을 미국의 위협으로 꼽았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름도 2번 등장했습니다. 케인은 김정은 위원장을 ‘트럼프가 사랑하는 독재자’로 묘사했고, 펜스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방법을 묻는 사회자에게 “김정은이 핵에 대한 야망을 버리도록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과 함께 압력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비판적인 맥락이지만, 지난 1차 클린턴-트럼프 토론에서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김정은’이라는 실명이 거론된 셈입니다. 북한은 승자일까요, 패자일까요?

3. 토론보다 더 재밌다, 클린턴-트럼프 장외 대결

클린턴과 트럼프는 모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열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들의 ‘트위터 사랑’은 이번 부통령 후보 토론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트럼프와 클린턴은 토론 중간중간 부통령 후보들의 발언을 지지하고,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며 장외 대결을 펼쳤습니다.

먼저 트럼프부터 볼까요.

▶트럼프: 부통령 토론회 라이브 트위트를 시작합니다! 너무 신나는군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클린턴: 케인이 오늘밤 응원을 받을 수 있도록 리트위트(RT) 해 주세요.

▶트럼프: 케인은 마치 배트맨 영화에서 튀어나온 악마 사기꾼 같군요.

▶클린턴: 그렇습니다. 트럼프와 펜스는 ‘모욕이 이끄는 선거 운동 본부’(insult-driven campaign)입니다. 도널드는 말 그대로 지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트럼프-펜스처럼 우리는 더 강하고, 폭넓은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클린턴: “우리는 미국의 여성을 신뢰합니다.” 고마워요. 케인.

▶트럼프: 마이크 펜스가 크게 이겼습니다. 모두 자랑스러워합시다!

▶클린턴: (클린턴,케인) 팀이 자랑스럽다면 리트위트(RT) 해주세요!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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