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허리케인 매슈가 미국 남부로 접근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의 한 월마트 식료품 진열장이 주민들의 비상식량 비축 때문에 텅 비어있다. 포트로더데일/AP 연합뉴스
아이티에서 339명 넘는 희생자를 낸 초강력 허리케인 ‘매슈’가 미국 동남부로 접근하자, 미국 당국이 250만명에게 대피령을 내리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매슈가 가장 먼저 상륙할 것으로 보이는 플로리다주의 주지사 릭 스콧은 해안가 150만명에게 24시간 이내 대피하라고 6일 경고했다. 스콧 주지사는 “어떤 이유도 필요없다. 대피하라. 대피하라”며 “(허리케인이)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 시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조지아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정부가 주 정부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로리다주는 주 방위군 3500명을 동원해 주민 대피 작업을 돕고 있다.
매슈는 아이티를 강타했을 때는 최고 시속 230㎞ 강풍을 동반한 4급 허리케인이었으나, 7일 새벽 시속 193㎞로 속도가 줄어 3급으로 강등됐다. 허리케인은 1급부터 5급까지 나뉘는데, 3급이라도 빌딩에 금이 갈 정도의 위력이다. 그래서 미 당국자들은 매슈가 “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강풍만 문제가 아니다. 폭우가 쏟아지고 해안가에는 높이 3m의 파도가 칠 수 있다고 기상당국은 예상한다. 매슈는 이르면 7일 오전 플로리다에 상륙한 뒤 8일에는 조지아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로 북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9일 육지를 벗어나 대서양으로 되돌아갈 듯 보이지만, 유(U)턴을 해 플로리다주를 두번 강타할 수도 있다. 기상학자들은 매슈가 대서양에서 고기압에 막혀 동쪽으로 나가지 못하고, 플로리다로 되돌아 올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매슈 대피령이 발동된 플로리다주, 조지아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가 주민들은 서둘러 피난길에 나섰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이 전했다. 이때문에 자동차에 기름을 채우기 위해 주유소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고, 고속도로가 막히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5일 대피로가 혼잡해지자 한 남성 운전자가 우회 교통 표지판을 임의로 치우고 과속을 하며 경찰의 명령에 불응하다 뒤쫓아온 경찰 총에 맞아 숨지는 일도 일어났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시민들이 주요 상점에서 식료품과 건전지, 전등 같은 주요 생필품을 사들여, 매대에 상품이 동이 났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전했다.
미국 동남부 주요 시설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플로리다주 올란도에 있는 관광명소인 디즈니랜드, 시랜드,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임시 폐쇄됐다. 플로리다주 등에선 비행기 3000편 이상이 6~7일 결항됐다. 우주선이 발사되는 장소인 케네디우주센터도 5일부터 폐쇄됐으며, 필요 최소인력만 남아있다. 케네디우주센터가 있는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은 허리케인의 눈이 지나갈 장소로 예상된다.
대선 주자들도 플로리다주 선거 운동을 취소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나란히 5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가든스에 나타날 예정이었으나, 허리케인 때문에 연기했다. 클린턴 후보 쪽은 대신 날씨 전문채널인 <웨더채널> 플로리다 지역방송에 대선 광고를 내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쪽도 비슷한 상황이다. 트럼프의 딸 이방카는 5일 마이애미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도랄 골프 리조트에서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고 <마이애미 헤럴드>가 전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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