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각) 수도 보고타에서 부인 옆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 소감 연설을 하고 있다. 산토스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수상은 “내 이름이 아니라 모든 콜롬비아인, 특히 50년 이상의 내전으로 고통받았던 수백만명의 이름으로 받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고타/AFP 연합뉴스
52년간 계속되어온 콜롬비아 내전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상금 전액을 내전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한다고 밝혔다.
산토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내전 주요 피해 지역인 서부 보하야를 방문해 “가족들과 상의해 노벨상 상금 800만크로나(약 1억3000만원)을 (내전) 희생자들에게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기부한 상금이 내전 피해 지역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희생자들에 지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지난 7일 “22만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50년 이상 계속된 내전을 끝내기 위해 확고한 노력을 해온 산토스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산토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좌파 반군 세력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본격적인 평화협상을 시작해 지난달 26일 콜롬비아무장혁명군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와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지난 2일 평화협정에 대한 찬성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부결돼 암초에 부딪힌 상황이다.
산토스 대통령은 9일 보하야에서 “여러분은 52년의 내전 피해로 고통받은 이들의 상징이며 이 분쟁 해결의 중심에 있는 분들이다”며 “희생자들은 우리에게 용서가 증오와 원한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보하야에서 콜롬비아무장혁명군 박격포 공격으로 부서진 뒤 재건된 교회에서 열린 미사에도 참석했다. “나는 (평화를 찾기 위해서) 1분도 멈추지 않을 것이고 1초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내전 주요 피해 지역이었던 보하야에는 과거 콜롬비아무장혁명군도 두 번 방문해서 용서를 구하고 지역 지도자들과 지역 재건을 위한 방안을 토론한 적이 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 대상에서 빠진 콜롬비아무장혁명군 지도자 론도뇨는 지난 7일 산토스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축하한다며 “우리가 열망하는 유일한 상은 민병대와 보복 그리고 거짓말이 없는 콜롬비아의 사회적 정의가 있는 평화”라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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