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각) 미주리주의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연이은 성 추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미국 대선 2차 텔레비전(티브이) 토론을 한시간 남짓 앞두고 과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과 ‘깜짝 기자회견’을 열었다. 후보자가 텔레비전 토론을 앞두고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이어지는 토론에서도 트럼프가 클린턴의 성추문 사건을 본격적으로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차 티브이 토론을 1시간30여분 앞둔 9일(현지시각) 저녁 7시30분께, 트럼프는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의 한 호텔에서 4명의 여성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에는 빌 클린턴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폴라 존스, 후니타 브로드릭, 캐린 윌리에 더해 과거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변호사인 시절 자신의 성폭행범을 변호했다는 캐시 셸턴도 나섰다.
후니타 브로드릭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나쁜 말을 했을 수 있다”면서도 “빌 클린턴은 나를 성폭행했고, 힐러리 클린턴 역시 나를 협박했다. 이는 (트럼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일”이라며 성토했다. 브로드릭은 1978년 빌 클린턴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지만, 빌 클린턴은 이에 대해 부인해왔으며 법적으로 처벌받은 적도 없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트럼프는 자신과 관련된 성추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티브이 토론을 앞두고 열린 이번 기자회견은 연이은 성추문으로 당 안팎에서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트럼프의 반격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지난달 26일 1차 티브이 토론 뒤 이후 토론에서 빌 클린턴의 성 추문을 집중 공격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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