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엘크혼에서 열린 위스콘신주 연례 가을축제에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무대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엘크혼/AP 연합뉴스
“트럼프는 국민의 삶 향상에 도움이 되는 공화당 의제들을 법안이 되도록 도울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올가을에 그에게 투표하는 이유다.”
지난 6월2일, 폴 라이언 미국 연방 하원의장은 자신의 지역구인 위스콘신주 제인즈빌의 한 지역신문 기고 글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오랫동안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인정할지를 두고 고심하던 그가 ‘투항’하던 순간이었다. 전통적 공화당 가치와는 달리 자유무역 반대, 무역협정 재검토, 국경 통제 등을 주장하던 트럼프를 그는 마지못해 인정했다. 그러나 대선 한달을 앞두고 ‘음담패설 비디오’ 등 추문이 터지면서, 결국 라이언과 트럼프의 아슬아슬한 동맹은 파국을 맞았다.
젊은 나이에 하원의장이 된 라이언은 정통 보수파의 맥을 잇는 차세대 리더이자, 공화당 내 영향력 1인자로 꼽힌다. 1970년 위스콘신주 제인즈빌에서 태어난 라이언은 16살 때 연방 검사로 일했던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뜨자, 3명의 형제들과 사회보장연금으로 어렵게 자라 하원의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1992년 대학을 졸업한 뒤 밥 캐스턴 상원의원의 보좌진으로 처음 정치에 발을 디뎠고, 28살이던 1998년 고향 위스콘신주 지역구의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범죄로 인한 낙태도 반대하며, (법적인) 동성결혼 금지를 지지한다. 또 사회보장의 민영화를 지지하면서 오바마 케어를 앞장서 반대했고, 자유로운 총기 소유를 주장하는 등 공화당의 전통 가치와 본인의 신념이 대부분 일치하는 인물로 인정받고 있다.
2012년 밋 롬니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대선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신 라이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뛰어난 언변과 깔끔한 외모로 화제를 모았다. 2014년 하원 선거에서 63%라는 높은 지지율로 9선에 성공했으며, 2011년부터 4년간 하원의 예산위원장으로 일하는 등 예산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2013년 연방정부 셧다운(부분적 업무정지) 당시 민주당과 합의를 이끌어내며 정치력도 인정받은 라이언은 2020년 대선의 유력한 주자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45살 나이에 54대 하원의장으로 당선된 라이언은 하원의장 표결에 앞서 공화당 동료 의원들에게 출마 의사를 밝히는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서 그는 “우리는 하나의, 통합된 팀으로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믿는다”며 출마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라이언이 강조한 ‘공화당의 통합’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로 인해 산산조각 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라이언의 사실상 ‘트럼프 지지 철회’로 인해 그는 4년 뒤 공화당의 ‘희망’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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