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의 11일 기고문. 월스트리트저널 누리집 갈무리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공약은 매우 위험하며, 이로 인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미국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군사 전문가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11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에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가 추진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북한이 핵무기를 통해 한국을 강압적으로 굴복시키면서 결국 전쟁까지 일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오핸런 연구원은 ‘트럼프의 위험한 한국 도박’(Trump's Dangerous Korean Gamble)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트럼프는 동맹국들에게 방위 분담금을 부담할 것을 요구하지만,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보면 그 공약의 결점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오핸런 연구원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당선 뒤 1년 안에 한미상호방위조약 파기, 주한미군 철수 △임기 동안 한국에 북핵 문제 해결을 요구한 뒤 주한미군 철수 △한국에 방위비용 분담을 요구하며 조건부 주한미군 철수 등의 3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이 3가지 가능성 모두 실현 불가능하며, 최악의 경우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핸런 연구원은 “첫번째 선택지의 경우,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순간 북한은 한국을 공격할 것이며 전쟁을 하지 않더라도 핵무기로 한국을 협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는 한국이 스스로 방위할 수 있도록 한국 역시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고 암시했는데, 이는 ‘핵확산방지조약’을 무력화시키는 위험한 시도”라며 비판했다. 오핸런 연구원은 또한 “한국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2.5% 정도를 방위비에 쏟고 있다”며 분담금 부담을 요구하는 세번째 선택지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했다.
오핸런 연구원은 기고문 말미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은 동맹국인 남한을 전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한반도에 뛰어들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트럼프의 정책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60년간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북한을 저지했던 것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며, 이 상황에 대해 섣불리 주사위를 던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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