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박근혜 스캔들을 클린턴 식의 스캔들로 표현하며, 박근혜 정부의 재벌정책 실패를 신랄히 비판한 <월스트리트 저널> 사설의 인터넷판 기사
미국의 보수성향 신문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스캔들을 클린턴 스캔들에 비교해, 누구를 비판하는지 아리송하다는 입길에 오르고 있다.
신문은 31일치 ‘한국의 클린턴 스캔들’이라는 사설에서 박 대통령이 재벌 등 과거의 연줄을 끊지 못하고 국정에 실패해 정치적 곤궁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현재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곤궁을 미국이 이번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100일 동안 처할 정치적 상황과 비슷할 것이라고 비꼰 것이다.
신문은 “대통령의 측근이 영향력 행사를 대가로 기업들에게 비영리재단 기부를 강제하고, 정책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민감한 정부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남용했다”며 “검사들이 부패 증거를 찾아내려고 정부와 그 재단의 사무실들을 급습했다”고 표현했다. 신문은 이런 사태가 “힐러리 클린터 행정부의 첫 100일 동안에 대한 예측이 아니다”며 “지지율이 14%로 떨어진 박근혜 한국 대통령의 스캔들이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스캔들은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인 최순실과 그 집안에 휘둘려 국정이 농단되며 박 대통령 자신의 국정능력이 전무했음을 드러내는 사태이다. 반면, 클린턴 스캔들은 클린턴 후보의 국무장관 시절 사설 이메일 계정 사용이나 클린턴재단 기부 의혹 등 법률 절차 위반이나 주변 인사들의 영향력 남용 의혹이다. 클린턴 후보가 박 대통령처럼 능력과 자질이 의심받는 사태는 아니다.
반민주당 성향의 보수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박근혜 스캔들은 ‘클린턴 스캔들’이라고 명명한 것은 클린턴에 대한 평가절하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문은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가혹한 비판을 가했다. 신문은 “박 대통령이 일단 집권하자, 재벌의 힘을 막는데 실패했고, 아버지 박정희가 독재자였던 1970년대의 관행들을 부활시켰다”며 “국가보안법을 사용해 야당을 해산하고 비판자들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 스캔들의 중심에 최순실이 있다며, 최근 그가 연루된 각종 추문들을 적시했다.
신문은 특히 재벌 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처에 비판을 집중했다. 신문은 “재벌권력의 남용에 대해 터질 것 같은 분노는 과거 몇달 동안 이 스캔들에 대한 대중들의 험악한 반응을 설명한다”며 박 대통령의 재벌 총수 사면과 삼성의 인수합병 조처 허용 등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전임자들의 재벌 총수 사면을 비판하고서도, 지난해 에스케이의 총수를 사면했다. 신문은 “규제당국도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해치면서 삼성 창업자의 손자 이재용의 권한을 강화하는 합병을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한국인들은 1960년대의 고성장 시대의 향수에서 박근혜를 선출했으나, 그는 아버지 통치의 어두운 측면과 명확한 단절에 실패했다”며 “한국은 이제 이 윤리적으로 도전받는 유산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