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아버지를 박애주의자라고 쓴 미국 연방수사국 트위터 계정.
오는 8일(현지시각) 치러질 미국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공개한 미국 연방수사국(FBI)가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아버지를 칭찬하는 글을 올려 입길에 올랐다.
진보 성향의 미국 뉴스 블로그인 ‘싱크 프로그레스’(Think Progress)는 3일 미 연방수사국이 자체 트위터 계정 중 한 곳에서 트럼프 후보의 아버지가 “자선가”라고 적은 글을 올렸으며, 이때문에 연방수사국 감찰실이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크 프로그레스는 연방수사국이 자체 트위터 계정 중 한 곳(@FBIRecordsVault)에서 지난달 30일 “(트럼프 후보의 아버지이며 세상을 떠난) 프레드 트럼프는 진정한 부동산 개발업자이며 자선가였다”고 적은 글과 함께,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글이 올라온 계정은 지난 1년여간 휴면 상태였다.
이틀 뒤인 지난 1일에는 클린턴 후보 쪽의 ‘마크 리치 사면 스캔들’ 관련 문서가 올라왔다. 클린턴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날인 2001년 1월20일 탈세와 이란과의 불법 석유 거래 혐의를 받고 국외 도피 중이었던 사업가 마크 리치를 사면해줬다. 리치의 부인은 민주당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 선거운동에 거액을 기부했다.
클린턴 후보 쪽의 ‘마크 리치 사면 스캔들’ 관련 문서가 올라온 미국 연방수사국 트위터 계정
연방수사국은 일련의 문서 공개가 정보공개법(FOIA)에 따른 것이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연방수사국은 “2~3차례 정보공개 요청을 받고 정보공개 대상이 된 문서들은 절차를 거쳐서 자동적으로 공개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연방 법률과 연방수사국 내규는 연방수사국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한편, 영국 <가디언>은 3일 익명의 전·현직 연방수사국 직원들의 말을 인용해 연방수사국 내부에 클린턴 후보에 대한 반감 정서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익명의 한 현직 연방수사국 직원은 “연방수사국은 ‘트럼프랜드’”라고 말했다. 그는 “광범위한 연방수사국 직원들에게 클린턴 후보는 적그리스도의 화신”이라며 “(이메일 수사) 공개를 결정한 이유도 연방수사국이 친트럼프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 전직 연방수사국 직원은 연방수사국 내 트럼프 지지 정도는 엇갈리지만, 클린턴에 대한 반감 정서는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 전직 직원은 “트럼프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클린턴도 부패했다고 믿는다. 경쟁력 없는 사람과 부패한 정치인을 놓고 골라야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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