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물결’ 직면할 듯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에 나선다. 부시 대통령은 4일부터 이틀간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미주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브라질과 파나마를 잇따라 방문할 계획이다. 미주정상회의에는 미주 대륙 34개 나라 정상이 참가한다.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안보 및 미주 자유무역지대(FTAA) 창설 문제를 주로 다루려고 하고 있으나, 중남미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려는 중남미 국가와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그동안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 온 부시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정면대립할 가능성도 높다.
이번 회의 주제는 “빈곤 퇴치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민주적 지배의 강화”이지만, 남미 국가들은 미국이 자유무역, 시장개방, 민영화, 예산긴축 등의 구호만 외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남미 지도자들은 중남미 발전을 위해서는 1990년대 이후 도입했다가 실패한 미국 주도의 자유시장경제 모델과는 다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차베스 대통령은 쿠바와의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제안하고 있다. 남미 외교관들은 회의 말미에 발표할 공동성명에 대한 이견이 많아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스페인·포르투갈어권 국가들의 이베리아-미주 정상회의에서도 남미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쿠바에 대한 태도와 대테러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자유무역·세계화·부시 등에 반대하는 ‘반 정상회의’가 아르헨티나에서 2일부터 시작됐다. 유명 축구선수 출신인 디에고 마라도나는 “부시의 참석은 아르헨티나 존엄에 대한 모욕”이라며 대규모 반대시위를 이끌겠다고 밝혔고, 차베스도 여기에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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