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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사회 다양화 양극화에 대한 거부

등록 2016-11-09 17:25

위기감 느낀 보수 백인층 결집
우파 포퓰리즘은 극성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미국 사회의 변화에 대한 불만이고 거부다. 미국 사회의 다양화와 개방화에 대한 거부이고, 양극화를 초래한 기성 엘리트 체제에 대한 저항이다.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선거과정 내내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논란을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당선된 것은 위기감을 느낀 보수적 백인층 등이 대대적으로 결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길게는 1960년대 이후 꾸준히 진행된 미국 사회의 인종적, 이념적, 경제적 변화에 대한 거부다.

1960년대 인구의 약 90%가 백인이었던 백인 중심 사회의 미국은 지금은 소수인종이 30%를 넘어가는 다인종사회로 변했다. 2030년에는 백인이 인구의 50% 이하로 내려간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중남미계, 아프리카계, 아시아계 등 소수인종 주민들의 80%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투표했고, 반면 백인들은 60% 이상이 트럼프에 투표했다. 다양화와 개방화로 미국 사회의 주류가 교체되는 위기에 빠진 보수적 백인층과 트럼프에 회의하던 공화당의 전통적인 온건 보수층들까지 막판에 트럼프 쪽으로 다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사회는 다양화, 개방화가 진행되는 동안 경제적으론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진행됐다. 2013년 기준으로 상위 10% 부자가 미국 전체 부의 61.9%를 차지하고, 하위 80%는 부의 26.2%를 점하는데 그쳤다. 상위 1%가 전체 부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3인가구 소득 기준 4만2000달러~12만6000달러) 비중도 1971년 61%에서 2015년 50%로 크게 떨어졌다.

이런 현실은 기존 체제와 기성 엘리트 계층에 대한 불만 표출로 이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와중에서 양극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뉴욕 월가 등을 점령하는 오큐파이 운동도 그 일단이다. 기성체제에 대한 저항과 불만은 미국 사회의 변화에 지체된 계층과 집단에서 더욱 뚜렷히 나타났다. 이념과 인종, 계층적으로는 보수적인 백인 중하류층, 지역적으로는 중부 내륙과 남부 지역이다. 이들 계층과 지역은 전통적 지지 정당인 공화당의 기성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전혀 대변하지 못하자 도널드 트럼프가 내건 우파 포퓰리즘으로 결집했다. 이들은 미국의 변화를 상징해온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극단적인 반감으로도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선거에서 쇠락하는 전통적 공업지대인 경합주가 예상을 깨고 트럼프에 쏠린 것에서 잘 드러난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아지는 백인 중하류층들은 빈익빈 부익부의 경제적 양극화의 원인을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에 책임을 묻고 있다. 무역자유화 등 세계화는 또 보수적 백인 중하류층들에게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위협하는 미국 사회의 다양화와 개방화를 촉진하는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클린턴 부부는 양극화를 초래한 기존 엘리트 계층의 상징으로 부각됐다. 남편 빌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1990년대에 세계화가 무역자유화 정책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된 것과 관련이 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의 우파 포퓰리즘 세력은 체제 내의 정치세력으로 정착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에는 1890년대의 인민당, 1964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배리 골드워터, 1996년 로스 페로 무소속 후보, 2008년 공화당 내 티파티 운동 등 기성 체제와 엘리트에 저항하는 역사적 흐름이 늘 있었다. 이런 흐름은 이번에 트럼프의 출현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세력을 불렸고, 이는 더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전통 엘리트가 중심인 공화당도 기로에 섰다. 트럼프와 그를 지지하는 우파 포퓰리즘에 당이 완전히 접수되거나, 이를 반대하는 기성 엘리트들 사이의 반목이 커질 게 분명하다.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 사회의 변화를 막는 일시적 역류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조류가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미국 사회는 클린턴의 당선 때보다도 더 극렬한 정치적 양극화를 겪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기성 엘리트 및 진보적 계층과 집단, 소수인종들이 트럼프에 갖는 혐오는 보수적 백인 계층들이 클린턴에 대한 혐오 이상이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는 양극화의 짙은 그림자 속에서 오랫동안 신음할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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