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각종 손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덴버/AFP 연합뉴스
“‘캘엑시트’가 정말 실현될 수 있나요?”
10일(현지시각) 미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누리집 ‘레딧’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캘엑시트’(Caliexit)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서 파생된 단어로, 이번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61.5%의 몰표를 준 캘리포니아주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반대해 연방제인 미합중국(미국)에서 탈퇴하는 것을 뜻한다. 이 질문에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답변은 이렇게 시작한다. “(트럼프 당선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고통스런 결과지만, 오바마 때도 텍사스는 미국에 남았잖아요. 4년만 참아 봅시다.”
‘캘엑시트’라는 단어의 등장이 단적으로 보여주듯, 대선을 분기점으로 미국 사회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이 패이고 있다.
10일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 전역의 주요 도시에선 트럼프 당선인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틀째 이어졌다. 이날 밤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트럼프 타워 앞에 모인 5000여명의 시위대는 ‘클린턴이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성차별주의자 트럼프는 꺼져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 가족이 경영하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까지 행진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짙은 일리노이주 시카고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도 각각 1800여명, 1000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거리를 행진했다.
필라델피아 시위에 참가한 중국계 이민 2세대 자넷 첸(27)은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같은 이민자 가정 친구들이 경악했다. 우리 미래는 너무 어둡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카고 시위에 나선 제시카 오르만(24)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클린턴의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믿고 투표했는데, 투표 결과에 질려버렸다”며 “앞으로도 시위에 계속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흥분한 시위대들이 돌이나 화염병을 던지는 등 시위가 격화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하루에만 뉴욕에서 65명을 비롯해 미 전역에서 124명의 시민이 연행됐으며, 약탈이나 낙서 등 공공기물 파손 신고가 전국적으로 16건 가량 집계됐다고 밝혔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경찰국은 트럼프 반대 집회를 ‘폭동’으로 규정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과 플로리다주 템파 등 일부 지역에선 트럼프 지지자들의 맞불 집회도 이어졌다. 이들은 성조기를 들고 ‘유에스에이’(USA), ‘트럼프는 변화의 상징’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지난 9일 새벽 당선 연설에서 “분열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밝혔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이틀째 이어진 시위에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는 10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언론이 선동한 ‘전문 시위꾼’들이 시위를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불공평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최측근 참모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시위대를 두고 “마치 떼쓰는 아이들을 오냐오냐하며 키우고 있는 것 같다”고 폄훼했다.
그러나 시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진보적인 시민단체 ‘무브온’은 10일 “투표 결과에 반발하며 시위나 그룹 토론 등을 개최하는 지역이 미 전역 275개 지역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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