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는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 <한겨레>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8일(현지시각) 차기 정부의 안보보좌관에 마이클 플린(58) 전 국방정보국장을 발탁했다. 또 중앙정보국(CIA) 국장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하원의원, 검찰총장에는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69·앨라배마)을 지명했다. 세 사람은 모두 트럼프 당선자의 제의를 수락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또 차기 행정부 국무장관에는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를 내정하고 오는 20일 직접 만나 이런 뜻을 전할 예정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17일 트럼프의 정권 인수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롬니의 국무장관 기용은 트럼프 진영과 공화당 기성 주류와의 화해뿐 아니라, 동맹국 등 외국에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이 안정성을 지닐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롬니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운동을 주도한, 공화당 내 기성 주류에 속한 대표적인 반 트럼프 인사다.
밋 롬니가 국무장관으로 기용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은 트럼프의 공약과는 달리, 기존 행정부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롬니는 공화당에서도 정치적으로 중도보수이며, 외교안보 노선에서도 기존 동맹의 유지와 강화, 미국의 국제문제 개입 유지 등을 주장한다.
트럼프 차기 정부의 첫 안보보좌관으로 확정된 플린 전 국방정보국장은 육군 중장 출신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정보국장을 지내다 중동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해임됐다. 민주당원인 플린은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에 대한 일관된 지지를 보내며, 그의 외교안보 정책 자문을 맡았다.
플린은 국방정보국장 시절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을 미국 국가안보의 현존하는 최대 위협으로 평가하며, 이를 미 군사외교정책 수립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슬람을 종교가 아닌 정치적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하는 ‘이슬람 혐오증’을 지닌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이런 반이슬람, 반무슬림 입장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 해임됐다.
플린은 선거운동 기간에 트럼프의 외교안보 자문을 맡아, 미국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과 “세계전쟁” 중이며, 그 싸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적극적 동맹을 맺고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무슬림 입국 금지 등 반이슬람 입장을 드러내며, 중동정책에선 이슬람국가 격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오른쪽)이 대선 직전인 지난 3일(현지시각) 아이오와주 프롤에서 처음 트럼프 지원 유세에 나서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와 함께 연단에 오르고 있다. 크루즈 의원은 차기 행정부에서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프롤/AP 연합뉴스
그러나 플린이 의회 인준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플린이 국방정보국장 퇴임 뒤 중동 국가를 위한 로비스트로 활동해, 청문회 과정에서 인준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플린은 퇴임 뒤 자신이 세운 ‘플린 인텔 그룹’이라는 로비 회사를 통해 터키 정부를 위한 로비 업무를 했다. 또 러시아 대통령궁인 크레믈이 설립한 텔레비전에서 고액의 강연료를 받고 호화 만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와 끝까지 경쟁했던 테드 크루즈(46) 상원의원(텍사스)도 법무장관 또는 공석인 연방대법관 후보로 거론된다. 크루즈는 지난 15일 뉴욕 트럼프 타워의 인수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트럼프와 회동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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