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잠재적 재앙될 것. 대신 양자 무역협정 추진”
보호무역주의 강화 조짐…아베 “미국 빼면 의미없다”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강경한 무역정책을 예고해 재무장관 후보 인선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투자은행가 스티븐 너친과 공화당 젭 헨살링(텍사스) 하원의원 등 2명 가운데 재무장관 후보를 낙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20일 보도했다. 사진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 중 한 명인 스티븐 너친이 트럼프와 면담차 21일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 도착한 모습.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첫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참가 중단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티피피 참가 중심 국가로, 열성적으로 티피피 성사를 주력해 온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미국을 뺀 티피피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21일 인터넷에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무역 분야에서 미국에 잠재적 재앙이 될 티피피에서 물러난다고 통보하겠다”며 “대신 미국에 일자리와 산업을 되돌려줄 공정한 양자 무역협정을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뒤 직접 티피피 탈퇴 의사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나의 의제는 ‘미국 우선’이라는 간결한 핵심 원칙에 바탕을 뒀다”고 말했다.
이밖에 트럼프는 에너지 산업 분야 규제 철폐, 각종 규제완화, 미국인 일자리 감소를 막기 위한 비자 감독 강화 등을 6대 원칙으로 들었다.
티피피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 아시아태평양 12개국이 참가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중국은 빠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티피피를 아시아 회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왔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본도 이해가 일치했다. 하지만 미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반대해 이미 미국에서 티피피 추진은 사실상 어려웠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방문지인 아르헨티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을 제외한 11개국이 먼저 티피피 협정을 발표하자는 의견에 “(미국을 빼면) 근본적인 이익의 균형이 깨진다”고 말했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도 트럼프의 티피피 참가 중단 계획에 “미국은 섬이 아니다. 세계 다른 나라와 무역을 않겠다고 말할 순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티피피에 대항해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알셉)을 추진해 온 중국은 무역 주도권을 쥘 기회를 얻었다. 알셉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과 한국, 일본 등이 추진하는 또다른 다자간 자유무역협정(16개국)이다. 일본이 티피티에 집중하면서 알셉은 중국이 주도하는 모양새로 변해왔다. 티피피에 중국이 빠졌다면, 알셉에는 미국이 빠졌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중국 대표단은 20일 페루 리마에서 “페루와 칠레를 포함해 많은 (아펙) 회원국들이 알셉 참가에 관심을 표했다”고 말해 확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가 티피피 대신 양자 무역협상을 거론한 것은 미국이 앞으로 다자간 무역협정 대신 주요 무역 상대국과 개별 협상을 통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본격화하려는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나간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포함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환율 관련 압박도 커질 수 있다. 미 상무부는 한국을 중국, 독일 등과 함께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상태다.
조기원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