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2일 <뉴욕타임스> 빌딩에서 아서 슐츠버거 주니어 발행인(가운데 오른쪽) 등 뉴욕타임스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파리 기후변화협약 폐기와 고문 옹호 등 선거 과정에서 비판을 받았던 일부 쟁점들에 대한 극단적인 입장을 다소 완화했다. 하지만, 대통령직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해 새로운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22일(현지시각) 뉴욕의 <뉴욕 타임스> 빌딩을 전격 방문해 기자 및 칼럼니스트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대해 “(탈퇴 여부를) 아주 면밀하게 보고 있다.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깨끗한 공기와 물이 아주 중요하다”며 “인간활동과 기후변화 간에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겠다며 “기후변화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고문 문제와 관련해서도 국방장관으로 유력시되는 제임스 매티스(66) 전 중부군사령관과의 면담을 소개하면서 자신도 “고문이 결코 유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트럼프는 유세 과정에선 “고문은 효과가 있다. 물고문보다 훨씬 더 센 것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 재단’ 등에 관해 “테이블에서 완전히 치워진 건 아니지만, 그녀를 기소하는 건 미국에 매우, 매우 분열적이 될 것”이라며 “클린턴 부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정치보복 대신 사회통합 행보를 보이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의 사업에 대해선 “법은 완전히 내 편이다. 대통령에게는 이해충돌 같은 건 없다”며, 사업 파트너를 백악관으로 불러 악수하고 미소짓는 사진은 찍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는 ‘대통령이 하면 불법이 아니다’는 식의 주장이어서,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수 있다. 앞서 트럼프가 마우리치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당선축하 전화에서 개인적 사업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는 선거기간 동안 대통령이 되면 “사업과 완전하고 철저하게 분리할 것”을 약속했다고 비판했다. 이해충돌 금지법은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지만, 미 헌법은 외국 정부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와 <뉴욕 타임스>의 이날 회동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트럼프가 회동을 갑자기 “취소한다”고 트위터에 밝히고, <뉴욕 타임스> 쪽도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비난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트럼프가 <뉴욕 타임스> 사옥을 전격 방문해 이뤄졌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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