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소수자 포용’ 모양새 갖춘 여성 고위직 첫 임명…트럼프 속내는?

등록 2016-11-24 17:09수정 2016-11-24 21:34

주유엔대사 임명 헤일리, 외교경력 없어
노림수는 억만장자 교육운동가인 디보스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정권인수위원회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올린 영상에서 대선 이후‘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유튜브갈무리/연합뉴스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정권인수위원회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올린 영상에서 대선 이후‘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유튜브갈무리/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처음으로 여성들을 고위직에 임명했다. 이민가정 출신도 있어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하는 모양새도 보여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겉보기와 달리, 실제론 시장만능주의에 바탕을 둔 보수색채 강화가 읽힌다.

트럼프 당선자는 23일 교육부 장관으로 베치 디보스(58), 그리고 주유엔 대사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인 니키 헤일리(44)를 지명했다. 모두 여성이다. 헤일리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백인 남성 일색이었던 그동안의 각료 지명 스타일을 벗어난 행보다. 또 둘 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아 ‘상대방 포용’ 모양새도 갖췄다.

하지만 헤일리는 외교 경력이 전혀 없어 유엔대사로서 직무를 얼마나 영향력 있게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디보스는 ‘차터 스쿨’과 ‘바우처’ 제도를 지지하는 보수적 교육운동가여서 미 교육정책의 보수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트럼프의 여성 고위직 임명에서 방점은 겉으로 드러난 ‘헤일리’가 아니라 뒤에 숨은 ‘디보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억만장자인 디보스는 미시간주 홀랜드에서 자동차부품기업을 운영했던 성공한 사업가의 딸로 태어났다. 디보스의 남동생 에릭 프린스는 2007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민간인 17명을 살해해 비판받은 민간 보안업체 ‘블랙워터 유에스에이’(USA) 창업자다. 디보스의 남편 딕은 건강기능식품과 생활용품업체 암웨이의 상속자다. 디보스 자신도 풍력발전 등 기술업체에 투자하는 회사인 윈드퀘스트 그룹 회장이다.

디보스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올해에만 공화당 후보와 정치단체에 270만달러(약 32억원)를 기부한 공화당 ‘큰손’이다. 민주당에는 한푼도 기부하지 않았다. 디보스는 공화당 미시간주 위원장을 지냈으며, 보수적 교육운동을 주도해왔다. <뉴욕 타임스>는 디보스에 대해 “예산은 주정부 지원과 기부금으로 충당하되, 학교 운영은 사립학교처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차터 스쿨(일종의 자율형 공립고)을 미시간에서 확대시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공교육 중심 교육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차터 스쿨이 공립학교를 위기로 몰고 가는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는 미국에서 차터 스쿨 비율이 두번째로 높은데, 차터 스쿨 이외의 공립학교는 학력저하 등 사실상 황폐화된 상태다. 디트로이트에서는 최근 차터 스쿨 감독 강화를 위한 법률 제정이 실패했는데, 디보스와 지지자들의 로비 때문이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디보스의 또다른 교육기조인 ‘바우처’ 제도도 공교육 약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바우처 제도’는 사립학교에도 학생 1인당 공립학교에 지원되는 만큼의 돈을 재정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제도다. 찬성론자들은 ‘학생의 교육 선택권’을, 반대론자들은 ‘공립학교 약화’를 강조한다. 디보스는 지난 2013년 “모든 부모는 주소와 상관없이 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환경을 고를 권리가 있다”며 바우처 제도를 옹호했다.

디보스는 교육부 장관 지명 발표 뒤 “교육의 현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육에서 시장주의 도입과 보수화 의지를 밝혔다. 미국 최대 교원노조인 ‘전국교육연합회’의 릴리 에스켈센 가르시아 회장은 성명을 통해 디보스의 활동은 “학생들을 지원하기보다 공교육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유엔대사로 임명된 헤일리는 지난해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백인 우월주의자가 벌인 총기난사 사건 뒤 공공장소에서 남부연합기 게양을 금지하면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외국과 관련된 경험은 주지사 시절 외국기업 투자유치 활동을 벌인 정도에 그친다. 더욱이 미국의 주유엔 대사의 외교 영역은 누가 대사가 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트럼프가 외교 경험이 전무한 헤일리를 주유엔 대사로 임명한 것은, 유엔을 비롯한 글로벌 협력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고, ‘고립주의’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다만, 헤일리 임명을 통해 자신의 취약점인 ‘소수자 포용’ 모양새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맞붙었던 흑인 외과의사 벤 카슨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으로 고려하고 있다. 지명된다면 카슨은 첫 흑인 주택도시개발부장관이 되지만, 카슨도 헤일리처럼 해당 분야 경력이 거의 없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