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HRW “루마니아·폴란드네 운영 유력”
EU·국제적십자사 조사 착수키로…미국선 침묵
헝가리서 CIA 수송기 목격돼
미 중앙정보국(CIA)이 동유럽 국가 등에서 알카에다 용의자들을 구금하는 비밀수용소를 운영해 왔다는 폭로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3일 비행기록을 근거로 미 중앙정보국이 동유럽의 루마니아와 폴란드의 옛 소련 강제수용소를 테러 용의자 비밀수용소로 운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과 국제적십자사(ICRC)는 즉각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는 2003년 9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출발한 보잉 757기종의 미 중앙정보국 전세기가 거쳐간 폴란드 정보기구 본부 근처의 스지마니 공항과 루마니아의 미하일 코갈니세아누 공군비행장이 비밀수용소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2001~2004년 미 중앙정보국의 비행기록을 입수해 분석했다.
또 헝가리 일간 <네프스자바드삭>은 지난달 4일 부다페스트 공항에서 중앙정보국 수송기가 이륙하는 모습이 우연히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에 의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문제의 항공기는 전날 부다페스트에 도착했으며 이날 중동지역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헝가리에서 발견된 N168D 수송기는 중앙정보국이 테러 용의자들을 비밀 장소로 이동시키는 임무를 부여한 7대의 항공기 중 하나다. 그러나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당시 이 항공기가 부다페스트 공항에 기착한 것은 사실이지만 죄수들이 타고 있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2일 <워싱턴포스트>는 미 중앙정보국이 아프간 등에서 체포한 알카에다 핵심 용의자들을 심문하기 위해 동유럽과 타이 등 8개국에 ‘블랙 사이트’로 불리는 극비 수감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정보국은 의회나 법의 제재를 받지 않고 이들을 심문하기 위해 수용시설을 설치했고, 용의자들은 외부와 차단된 채 비인간적 학대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프리소 로스캄 아빙 유럽연합 대변인은 3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비공식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유럽연합 25개 회원국과 가입후보국인 루마니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터키에 답변을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비밀수용소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는 유럽연합 인권헌장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토넬라 노타리 국제적십자사 수석 대변인도 이들 시설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접근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중앙정보국은 이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는 즉각 이를 공식 부인하고 나섰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비밀수용소 존재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2007년으로 예정된 루마니아의 유럽연합 가입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폴란드도 유럽연합 내 투표권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있다. <비비시(BBC)>는 “우리가 테러리스트를 구금하거나 심문하고 있지는 않다”는 폴란드 등의 부인은 “폴란드 영토 내에서 미국 요원들이 심문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체코 내무장관은 체코와 다른 10개 국가가 미국으로부터 수용소 건설 요청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밝혀 수용소 존재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새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한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는 미군 기지를 받아들이고 이라크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해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독일, 프랑스 등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영국 <인디펜던트>는 비밀수용소 존재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2007년으로 예정된 루마니아의 유럽연합 가입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폴란드도 유럽연합 내 투표권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있다. <비비시(BBC)>는 “우리가 테러리스트를 구금하거나 심문하고 있지는 않다”는 폴란드 등의 부인은 “폴란드 영토 내에서 미국 요원들이 심문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체코 내무장관은 체코와 다른 10개 국가가 미국으로부터 수용소 건설 요청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밝혀 수용소 존재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새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한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는 미군 기지를 받아들이고 이라크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해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독일, 프랑스 등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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