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트럼프 타워에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장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당신들이 결정해라-뉴욕경찰국이 힐러리의 새로운 이메일에 호루라기를 불고 있다: 돈세탁, 아동 상대 성범죄 등…필독!”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장은 대통령 선거가 절정에 오르던 지난달 2일 트위터에 뉴욕경찰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그의 고위 선거참모들이 소아성애증 등에 연루된 증거를 찾았다는 기사를 첨부해 트위터 메시지를 올렸다. 그 기사는 이번 대선에서 횡행했던 ‘페이크 뉴스’(허위기사)였다. 이른바 대안우익들의 뉴스매체들이 클린턴 공격용으로 아무 증거도 없는 음모론에 기댄 뉴스들이었다고 <뉴욕 타임스>는 3일 보도했다.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안보문제를 총괄조정하는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지명된 플린의 자질과 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근거없는 음모론에 집착하고, 극단적인 반이슬람 성향을 보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 행태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2012년 국방정보국장으로 임명된 뒤 유아독존적인 행태로 직원들과 마찰을 빚다 해임됐다. 당시 그는 고위간부들과의 회의에서 “모든 사람들이 알 필요가 있는 첫 사안은, 내가 언제나 옳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직원들의 의견은 내 의견과 합쳐질 때 바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2012년 9월 리비아 벵가지의 미국대사관 습격 사건에 대한 그의 대처는 가장 큰 물의를 빚었다. 그는 이 사건에 이란이 연루됐다는 결론을 먼저 내리고, 이를 증명할 증거를 찾으라고 직원들을 압박했다. 직원들은 ‘시아파인 이란은 (당시 습격을 주도한) 수니파 이슬람주의 무장세력과는 연대하지 않는다’며 그의 주장을 근거없는 음모론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플린은 자신이 원하는 결론에 부합하는 증거가 나오지 않자 직원들에게 소리를 치며 추궁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당시 직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직원들은 ‘당시 그의 주장과 행태는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알카에다 연계 증거를 조작하려는 것과 유사했다’고 증언했다.
더글러스 와이즈 당시 국방정보국 부국장은 “플린은 주위를 충성파들로 채우고는 자신의 견해를 수행할 때는 빛의 속도로 밀어붙였고, 효율적인 소통은 하지 않았다”며 “그는 부하들이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참지 못했다”고 평했다.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과 안보부처의 의견과 주장을 총괄조정하는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맡을 플린에게 더 위험한 것은 음모론에 기댄 극단적인 반이슬람 성향이다. 그는 트위터에 이슬람법, 즉 샤리아가 미국에 퍼지고 있고, 이슬람 그 자체는 종교라기 보단 정치적 이데올로기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미국은 지금 러시아, 쿠바, 북한과 동맹을 맺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과 세계전쟁 중이라는 세계관을 서술한 책을 공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또 중동에서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을 격퇴하기 위해 러시아와 연대해야 한다는 모순된 주장도 펼친다. 그는 오바마 정부에서 국방정보국장에서 해임된 뒤 ‘플린 인텔 그룹’이란 로비회사를 세우고 러시아 정부의 로비를 대행하며, 친러시아로 돌아섰다.
현재 아들 마이클 지(G) 플린이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그의 대외접촉을 총괄하고 있다. 아들 플린도 아버지를 따라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할 것으로 보인다. 아들 플린은 지금도 트위터에서 클린턴 진영의 아동성범죄 음모론을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4일 클린턴 아동성범죄 장소로 지목된 식당에 한 남성이 찾아와 이 사건을 규명하겠다며 총을 쏘며 난동을 부린 사건이 일어났다. 아들 플린은 그 직후 트위터에 “피자게이트(클린턴 진영 아동성범죄 사건)는 잘못된 것으로 증명될 때까지 이야기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