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트럼프 타워에서 게리 콘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자(CO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만나기 위해 도착해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사장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차기 내각을 ‘거질리어네어’(gazillionaire·초갑부)로만 꾸리고 있다는 비판에 더해, 골드만삭스 출신 인사를 내각 요직에 줄줄이 앉히면서 금융권 개혁을 강조했던 자신의 공약을 스스로 뒤집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자는 12일 골드만삭스의 사장 겸 최고운영자(COO)인 게리 콘(56)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콘은 미국인들을 위해 성공적인 사업가로서의 능력을 펼칠 것”이라며, 자신의 경제수석 참모로 활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상원 인준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대통령의 경제정책 전반을 조언하는 자리로 재무장관만큼이나 영향력이 큰 정부 요직이다.
트럼프가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임명한 스티븐 배넌과 재무장관 지명자인 스티븐 므누신에 이어, 게리 콘의 지명으로 주요 내각에 인선된 ‘골드만삭스맨’만 벌써 세번째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라인이 사실상 월가 인사들로 장악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 월가의 대규모 은행들이 경제를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해왔으며, 그중에서도 골드만삭스 투자은행을 경제 기득권층의 대표 격으로 지목해왔다. 특히 트럼프는 상대 후보였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나, 공화당 경선 주요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를 두고 “골드만삭스의 완전한 통제하에 놓여 있는 인물들”이라며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후 월가 출신이 내각을 장악하면서 한달 만에 골드만삭스의 주식이 30%가량 올랐다. 경제분석가인 재럿 사이버그는 “트럼프 당선자는 콘의 임명을 통해 월가에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오름세의 신호를 줬다”며 “트럼프 당선자가 월가 은행들을 정치적 문제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진단했다.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콘의 지명 소식을 언급하며 “조작된 경제는 바로 이렇게 작동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또 거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 회장 출신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면서, 트럼프 내각은 사상 유례없는 ‘거질리어네어’들로 채워지게 됐다.
트럼프 내각의 개인 재산을 합치면 120억달러(14조원)를 넘어설 정도다.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인사는 교육장관 내정자인 베치 디보스(58)로, 건강기능식품·생활용품업체 ‘암웨이’의 상속자인 남편 재산까지 합치면 51억달러(6조원)에 이른다. 중소기업청장으로 지명된 린다 맥마흔(69) 역시 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소유자로 13억5천만달러(1조6천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재무장관·상무장관 등 국가 경제정책에 관여하는 내각의 주요 인사도 수백억원대 자산가들이다.
‘미국진보센터’의 니라 탠든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글로벌 엘리트 억만장자들과 싸우겠다고 말해놓고, 정작 그들에게 정부기관들의 열쇠를 하나씩 건네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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