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미국 공영방송 <엔피아르>(NPR)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개입 의혹 민주당 이메일 해킹 사건에 대해서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이메일 해킹 사건 관련해서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민주당 이메일 해킹이 러시아 정부가 관여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뒤 나왔으며, 미국 현 행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 사이에 충돌이 커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방송된 미국 공영방송 <엔피아르>(NPR)와의 인터뷰에서 “외국 정부가 우리 선거의 완전성에 충격을 주려고 했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우리는 조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각 정보기관에 미국 대선판에 영향을 준 사이버 공격들에 대해 전면 조사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아직 정보기관들이 평가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메일 해킹 사건은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인사들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본부장이었던 존 포데스타의 이메일이 유출된 뒤, 이를 입수한 위키리크스가 지난 7월과 10월 공개한 사건이다. 공개된 이메일에는 클린턴 쪽이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불리한 경선을 진행한 정황이 드러나있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이 사건 때문에 클린턴에게 등을 돌렸고, 경쟁자였던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워싱턴 포스트> 등은 중앙정보국이 러시아와 위키리크스가 트럼프 당선을 도우려고 협력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목적이 트럼프 당선에 있었다고 명확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오바마는 해킹 사건이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확신하지는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선거는 언제나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어떤 요소가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메일 해킹 사건이 어느 정도 충격을 준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존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중앙정보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메일 해킹 사건에 직접 개입했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꼬집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긍정하는 듯한 답변을 했다 . 중앙정보국 보고에 “러시아 최고위급” 관여가 거론되어 있다고 말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중앙정보국 보고가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고 했다. 보고에 언급된 관여자가 러시아 정부 최고위직을 가리킨다는 점은 “꽤 분명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는 이날 “러시아나 다른 어떤 존재가 해킹을 했다면, 백악관이 조처를 취하기 전 왜 그렇게 오래 기다렸나?”라며 “왜 힐러리가 패배한 이후에야 불평을 하느냐?”고 트위터를 통해 주장했다.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러시아에서 해킹된 이메일을 넘겨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어산지는 이날 미국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션 해너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보원은 러시아 정부가 아니다”고 말했다. 어산지는 특정 국가 정부에서 이메일을 받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정보원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어산지는 “우리 정보 공개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정부는 아니다. 주의를 딴 데로 돌리지 마라. 내용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어산지는 공화당 전국 위원회와 트럼프 쪽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담은 3쪽 짜리 자료도 받았지만, 이미 어딘가에 공개되어 있더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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