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예루살렘/AP 연합뉴스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두고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세를 배후 조종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 등 10개국 대사들을 초치해 항의하는 등 임기를 한달여 남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론 더머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26일 <시엔엔>(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세를 배후 조종한 증거가 있다”며 “적절한 경로를 통해 미국의 새 행정부에 이 증거들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증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앞서 지난 23일 유엔 안보리는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에서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4표, 기권 1표로 통과시켰다. 미국은 거부권이 아닌 기권을 행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결의안 통과 뒤 이틀만인 25일 대니얼 샤피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 등 10개국 대사들을 예루살렘으로 불러 항의했고, 26일엔 찬성표를 던진 안보리 12개 이사국과의 외교관계 축소 지시를 내리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8일엔 동예루살렘 지역 유대인 정착촌에 600가구 추가 설치 계획도 승인될 예정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간 중동 문제에서 외교적 해결을 강조해 온 오바마 대통령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왔다. 유엔 결의안 통과 직후 이어지고 있는 그의 행보도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첫 해인 2009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미국의 중재안을 거부했으며, 2012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과의 핵협상을 ‘나쁜 협상’이라고 평가절하한 네타냐후 총리는 2015년 미국 의회에서 이를 비판하는 연설을 강행했고, 백악관은 이를 두고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결의안 표결 직후 “나의 친구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와 함께 일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트럼프 당선자는 결의안이 통과되자 “1월20일(대통령 취임일) 이후 유엔의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며 반발했으며, 지난 15일에는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찬성해온 데이비드 프리드먼을 차기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하는 등 친 이스라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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