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휴양 시설 폐쇄·정보기관·개인 등 제재 대상에 올려
오바마 “이게 전부 아니다” - 러시아 “보복 검토” 긴장 고조
‘친러 행보’ 트럼프 “나은 상황을 향해 움직일 때” 비난 자제
오바마 “이게 전부 아니다” - 러시아 “보복 검토” 긴장 고조
‘친러 행보’ 트럼프 “나은 상황을 향해 움직일 때” 비난 자제
임기를 3주가량 남겨놓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해킹 의혹과 관련해 러시아 외교관 35명 추방 등을 포함한 전례없는 강경 대응 조처를 단행했다. 러시아도 이에 맞서 보복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미-러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친 러시아적 성향을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반응만 내놓았다.
미 국무부는 이날 워싱턴 주재 주미 러시아대사관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가족과 함께 72시간 안에 미국을 떠나야 한다. 미국 언론들은 이들이 외교관 신분을 가장해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또한, 뉴욕과 메릴랜드 주에 위치한 러시아 정부 소유의 시설 2곳을 폐쇄 조치했다. 이곳은 러시아인들이 ‘다차’(휴양시설)로 사용하던 곳으로, 어떤 식으로 해킹을 지원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앞서, 폭로전문 매체인 ‘위키리크스’는 지난 7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주요인사들의 이메일을 해킹해 폭로했으며, 지난 10월에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의 선대본부장인 존 포데스타의 이메일 수만 건을 같은 방법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라,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 정부의 의도적 대선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여왔으며, 중앙정보국은 최근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를 미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한 해킹에 관여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국무부 조처와는 별도로, 재무부도 이날 해킹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러시아군 총정보국(GRU), 러시아연방보안국(FSB) 등 러시아 정보기관 2곳과 해킹 지원활동에 연루된 특별기술국(STG), 데이터프로세싱디자이너교수연합(PADDPS), 조르시큐리티(Zorsecurity) 등 모두 5개의 기관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외에 이고르 발렌티노비치 국장을 포함한 총정보국 최고위 인사 3명을 비롯해 개인 6명에 대해서도 경제제재를 가했다. 이들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으로의 여행도 금지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동맹들도 러시아의 민주주의 개입 행위에 대해 반대해야 한다”며 동맹들의 협력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해킹은 러시아 고위층이 지시한 것”이라며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한 뒤 “이번 조처들이 러시아의 공격적인 행위에 대한 대응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해, 은밀한 보복 해킹 등으로 조처도 시행할 것임을 내비쳤다.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한꺼번에 추방하는 것은 전례없는 고강도 조처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으로 여행이나 자산을 갖고 있지 않은 기관과 개인에 대한 자산 동결 조처는 상징적인 조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쪽 조처에 대해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인 드미트리 레스코프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번 조처는 오바마 행정부의 예측불가능하고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한 뒤 “보복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메일 해킹의 ‘수혜자’이자, 주요 내각에 친러 성향의 인사를 지명하는 등 대체로 친 러시아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 당선인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러 제재 조처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하면서 “이제 더 크고 나은 상황을 향해 움직일 때”라고 밝혔다. 자신에게 유리할 게 없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 해킹 논란에서 벗어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대러 제재 조처가 “일정부분 트럼프를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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