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도착했으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6일 오후 칠레 수도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6일 오후 칠레 수도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전 페루 대통령… 일본서 5년 숨어지내
망명지 몰래 떠나 칠레 들렀다 붙잡혀
망명지 몰래 떠나 칠레 들렀다 붙잡혀
인권 침해와 부패 혐의로 국제수배를 받아온 알베르토 후지모리(67) 전 페루 대통령이 7일 칠레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내년 4월 대선 출마를 위해 칠레를 방문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체포됨에 따라 페루 정국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칠레 경찰은 이날 오전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입국 몇시간 만에 산티아고 매리엇 호텔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페루의 범죄인 인도요청에 대한 칠레 사법당국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구금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루 정부는 자국의 요청에 따라 칠레 법원이 그에 대한 체포장을 발부했다고 말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국제수배 상태임에도 신변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6일 칠레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년 동안 일본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재기의 기회를 엿보던 그는 지난달 대선 입후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입후보 기간이 내년 1월로 다가오자 칠레행을 전격 결정했다. 그는 특히 최근 페루와 칠레의 외교마찰이 고조돼 칠레 정부가 자신에 대한 체포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칠레 도착 뒤 성명을 통해 “페루로 돌아가기 위해 당분간 칠레에 머물겠다”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국민에 대한 공약을 실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의 도착 사실이 전해지자 페루에선 지지자 몇천명이 수도 리마 중심가에 모여 그의 조기귀국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년 처음 당선된 뒤 2차례 연속 집권했으나, 정적 암살과 측근 비리 등이 잇따라 폭로되자 2000년 11월 대통령직을 버리고 일본으로 도주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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