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3일 개원한 115대 의회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유산을 하나하나 무너뜨리며, 보수 의제를 새로이 구축한다는 방침을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역시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자유주의적 유산을 최대한 방어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공화당은 2007년 이후 상하원 의회와 행정부 모두를 장악한 다수당 지위로 복귀한다.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 2기 들어 상하원에서 다수당이 됐으나, 민주당의 오바마 행정부에 막혀 자신들의 보수적 의제를 관철하지 못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공화당이 행정부와 상하원을 압도적으로 장악했던 1920년대 이후 가장 야심적인 보수정책 토대가 될 입법을 추진중이라고 전했다. 공화당의 최우선 과제는 오바마 행정부가 최대 유산으로 자평하는 ’오바마케어’, 즉 전국민 대상 의료보험 개혁법의 폐지다. 상원은 개원 직후 이 법의 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공화당은 ‘예산 조정’ 절차법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케어에 연방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무력화한다는 전략이다. 예산 조정 절차는 의석의 과반인 51석만 있으면 되는데, 현재 공화당 의석은 52석이다.
공화당은 또 월가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 개정 또는 폐지, 소비자금융보호청 무력화 등에도 예산 조정 절차를 이용할 방침이다. 또 오바마 행정부 당시 설립된 환경분야 규제, 학교급식 기준, 담배 규제, 파리기후변화협정 관련 규제 등 200개 이상의 규제도 철폐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소수당인 민주당은 이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내각 인선에 ‘송곳 검증’으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20여명인 각료 지명자 중 8명을 ‘부적격’ 인사로 꼽았다. 대표적인 친러시아 인사로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렉스 틸러슨(국무), 인종차별 논란을 빚은 보수 강경파 제프 세션스(법무), 골드만삭스 출신 스티븐 므누신(재무), 억만장자 베치 디보스(교육) 지명자를 비롯해 ‘오바마케어’ 반대론자인 톰 프라이스(보건복지), 햄버거 체인 최고경영자를 지낸 앤드루 퍼즈더(노동), 스콧 프루잇 환경보호청장, 믹 멀베이니 예산관리국장 지명자 등을 ‘부적격자’로 지정했다. 다수당인 공화당은 표결에서 각료 인준안을 통과시킬 수 있으나, 일부 각료 지명자에 대해선 공화당 의원들도 반감을 드러내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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