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차기 공화당 정부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 공화당 지배 의회가 국정 첫 과제로 오바마케어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안은 불투명하다. 효율적 대안을 못 찾을 경우, 목소리만 크고 구체성과 현실성이 떨어지는 트럼프 공약들의 운명을 전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3일 개원한 미 상원은 오바마케어 폐지를 위한 첫 조처로, 오바마케어에 대한 연방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예산결의안 토의 개시를 51 대 49로 가결했다.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차기 대통령도 첫 행정명령으로 오바마케어 폐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2주를 남긴 시점에서 이례적으로 의회를 찾아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 2시간 동안이나 오바마케어를 지키는 싸움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이에 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도 의회를 찾아, 공화당 의원들에게 오바마케어 폐지가 트럼프 당선자와 의회의 “첫 업무 주문”이라고 독려했다.
퇴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민주당 상·하원 합동회의에 참석해 ‘오바마케어’ 사수를 당부한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공화당 쪽은 오바마케어가 보험료만 올리고, 소비자들에게 보험 선택 재량을 좁혔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의 고민은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긴 쉬우나, 오바마케어로 의료보험 수혜를 얻었던 2천만명 시민들을 위한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펜스 부통령 당선자는 “시장에 기반한 의료보험 개혁 체계”를 언급했을 뿐이다. 오바마케어 폐지를 위해 50차례나 법안 상정을 주도했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많은 아이디어가 있다”고만 말했다. 펜스, 라이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오바마케어 폐지 이후 대체입법의 구체안을 내놓지 못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당선자(왼쪽)가 4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기 전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악수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이날 의회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만나 ‘오바마케어’ 폐지에 힘쓸 것을 주문한 펜스 부통령 당선자는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첫번째 행정명령은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는 것이다. 그 일은 취임 첫날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런 약점을 파고든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오바마케어 폐지는 보험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선거구호(‘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빗대 “미국을 다시 아프게!”라고 공격했다. 공화당 쪽은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 세금공제, 메디케이드 확장 등 주로 정부가 부담을 떠안는 형태의 대안을 구상하고 있지만, 이는 공화당 내부에서 먼저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오바마케어 폐지론자들의 근본 동기가 공영의료보험에 대한 반대이자, 과거 민영의료보험으로 돌아가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공화당 정부가 깃발을 높게 든 오바마케어 폐지는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폐지만 해놓고 별다른 대안을 못 찾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 오바마케어란? 미국은 한국처럼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단일한 공영의료보험제도가 없다. 개인이 민간보험을 구매한다. 비싼 보험료 때문에 국민의 약 20%가 무보험 상태였다. 오바마케어는 모든 국민에게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무보험자들이 이 제도를 이용해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고, 저소득층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