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미국 흑인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숨지게 한 딜란 루프(당시 21살)가 개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사이트 ‘라스트 로디지안’에 루프가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부연합의 깃발과 권총을 들고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인터넷 갈무리/AFP 연합뉴스
미국 흑인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숨지게 한 백인우월주의자 청년이 ‘연방 증오범죄’ 혐의로는 처음으로 10일 사형 선고를 받았다.
미 연방 지방법원 배심원단(12명)은 2015년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 교회를 찾아가 저녁 성경공부 모임을 하던 이들에게 총을 난사해 9명을 살해한 딜런 루프(22)에게 사형 평결을 내렸다고 <에이피>(AP)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법원은 11일 루프에게 공식적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루프는 연방 증오범죄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은 첫 범죄자가 됐다. 연방법원이 1976년 이후 사형을 선고한 범죄자는 이전까지 3명이었으며, 마지막 인물은 2013년 보스톤 마라톤 폭탄 테러를 일으킨 조하르 차르나예프다.
변호사 없이 자기변론에 나선 루프는 재판 마지막 순간까지도 용서를 구하거나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배심원단은 최종 평결을 내리기까지 3시간을 숙고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루프는 5분간의 최후 변론에서 “뭔가를 증오하는 사람은 누구든 그럴만한 이유를 마음 속에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난 여전히 해야할 일을 했다고 느낀다”며 “배심원단에 (사형이 아닌) 종신형 평결을 내려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지만 그게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형 평결문이 낭독되는 순간 방청석의 희생자 가족 상당수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지만, 루프는 태연한 모습으로 서서 평결을 들었다고 한다.
2015년 루프의 범행 직후 미 연방수사국(FBI)은 소셜미디어에서 루프가 남부연합기와 총을 들고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 사건의 인종주의 성격에 주목했었다. 남부연합기는 미국 남북전쟁(1861~1865) 당시 사우스캐롤라아나 등 남부 13개 주가 노예제도를 지지하며 연방에서 탈퇴해 꾸린 남부연합 정부의 공식 국기다. 미국에선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상징물로 인식된다. 루프의 총격 사건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의회는 50여년만에 처음으로 의사당 건물에서 남부연합기 게양을 폐지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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