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1일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러시아가 자신의 성매매 동영상을 갖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 부인했다. 뉴욕/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은 러시아가 그의 당선을 돕기 위해 민주당전국위원회 컴퓨터를 해킹했다는 차원을 넘어, 그의 섹스파티 등 약점을 잡았다는 미 정보기관의 보고로 인해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더욱 혼란 속으로 빠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러시아의 민주당 해킹 이전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9월, 미 공화당 큰손이 워싱턴의 조사회사 ‘퓨전 지피에스’를 찾아왔다. 그는 트럼프의 과거 스캔들과 약점들을 조사해달라고 부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탐사기자 출신인 글렌 심프슨이 운영하는 이 회사는 그런 분야 전문이었다. 퓨전 지피에스는 트럼프의 사업과 행적에 대한 파일을 축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봄, 트럼프가 공화당 유력 후보로 부상하자, 공화당 쪽 돈줄이 끊어졌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관심을 보여, 작업은 계속 진행됐다. 그러던 중 6월 들어, 민주당전국위가 러시아 정부 요원들에 의해 해킹당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심프슨은 같이 일한 적 있던 영국 대외정보기관 엠아이(MI)6에서 모스크바 비밀요원으로 일했던 크리스토퍼 스틸(52)을 고용했다. 2009년 퇴직한 스틸은 ‘오비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라는 사설 정보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스틸은 러시아 현지인을 고용해 자신의 러시아 정보원과 연계해 정보를 수집했다. 스틸은 6월부터 퓨전 지피에스에 메모 형식의 보고서를 보냈다. 작업은 대선이 끝난 12월까지 계속됐다.
메모에는 두 종류의 러시아 공작이 담겨 있다. 하나는 트럼프에 대한 러시아의 수년간 작업이었다. 러시아의 정경유착 재벌인 올리가르히가 트럼프를 접촉했다. 스틸의 메모에 따르면, 러시아는 정보기관들이 흔히 쓰는 수법인 ‘콤프로마트’, 공작 대상을 협박할 수 있는 증거들을 수집했다.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트럼프가 매춘 여성과 같이 있다는 테이프나, 트럼프를 유혹하는 각종 사업 제안 등이었다.
두번째 공작은 선거 기간 중 트럼프 쪽과의 접촉이었다. 트럼프의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지난 늦여름 체코 프라하에서 러시아의 해외사업 이권 담당 기관 간부인 올레크 솔로두힌을 만났다는 것이다. 코언은 프라하에 가본 적도 없다고 반박한다.
지난 초가을 스틸의 메모 일부가 ‘러시아 커넥션’을 수사하던 연방수사국(FBI)에 넘겨졌다. 스틸은 이를 영국 정보기관에도 넘겼다. 대선 뒤 이는 워싱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그런데 지난 6일 중앙정보국(CIA) 등이 이 사건을 보고하면서 이 메모들을 첨부했다. 그리고 <버즈피드>와 <시엔엔> 방송 등이 이를 보도했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미 정보기관들은 스틸 문건이 “신뢰할 만하다는 어떤 판단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보기관들이 정책 입안자들과 이를 공유한 이유에 대해선 “국가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최대한 윤곽을 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