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고위 참모 취임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해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협정 재협상을 대외정책에서 최우선 순위로 놓고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7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하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양국의 양자무역협정을 논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를 맺은 캐나다의 쥐스텡 트뤼도 총리와 멕시코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의 회담을 곧 갖고, 나프타 재협상을 논의한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 갖는 첫 정상회담들이 모두 무역협정 수정에 관한 것이다.
트럼프는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영국과 신속하게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와 메이는 양국의 협조와 새로운 양자무역협정을 통해서 유럽연합과의 새로운 관계를 압박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다보스/AP 연합뉴스
하지만, 미-영의 새로운 양자무역협정이 순탄하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미국 경제계에서조차 회의적이다. 많은 미국 기업인들은 영국과의 양자무역협정에서 오는 이익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초래하는 무역장벽에 의해 상쇄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많은 미국 대기업들은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영국에 둔 유럽 본부들의 이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과 농민단체들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하던 범대서양무역협정을 지지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유럽연합과 미국, 캐나다 등 대서양 양안 국가들의 다자무역협정을 추진했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해도 이 다자무역협정 틀 안에서 이전과 똑같은 교역을 미국과 계속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메이어 전 영국 주재 미국 대사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회견에서 “세상에서 최선의 정치적 의지를 가지더라도, 미-영 무역협정같은 상대적으로 단순해야 할 것조차도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결실을 맺는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는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추진하는 나프타 재협상은 더 큰 마찰이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에 대해서는 자동차 산업 등에서 미국 쪽에 유리하게 재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일정 비율은 의무적으로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협정을 바꾸겠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 쪽의 복안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