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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행보에 어른거리는 ‘히틀러 그림자’

등록 2017-01-26 17:15수정 2017-01-26 19:14

[뉴스분석] 정책 빼닮은 두 정권
인종주의·선전선동 정치행태에
‘자국 이익 최우선’ 정책 매우 비슷

“국경 막고 재정 쏟아 고용 창출”
반세계화·폐쇄적 자립경제 추구
경기 부양 ‘반짝 효과’ 있겠지만
재정적자·사회갈등 후유증 남길 것
2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키스톤 엑스엘(XL) 송유관과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 재협상을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2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키스톤 엑스엘(XL) 송유관과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 재협상을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부터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와 비교되곤 했다. 주로 인종주의적 언행과 선전선동술의 유사함 때문이었다. 대통령 취임 이후 트럼프 정권의 대내외 상황과 정책 행보 역시 히틀러 집권 이후 나치 정권과 유사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및 기존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환경파괴 우려로 중지됐던 중서부 송유관 건설 재허용 및 국내 화석에너지 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국내 인프라 투자,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및 이민 제한, 불법이민 추방 등의 정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모두 밖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폐쇄적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정책들이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미국인을 고용하고, 미국 물건을 사라”고 말했다. 국내 일자리 우선 정책이다.

1933년 총리에 오르며 정권을 거머쥔 히틀러의 나치 정권 역시 비슷한 정책 행보를 보였다. 나치 정권은 집권하자 ‘오타키’(폐쇄적 자립경제) 정책과 일자리 우선의 완전고용 정책을 펼쳤다. 국제연맹 탈퇴, 수입품에 대한 관세인상 등 수입 통제로 국내산업 보호 정책을 폈다. ‘일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은 일해야만 한다’는 ‘노동의 아름다움’(SdA)이라는 대중 선전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나치 정권의 첫 중앙은행장이자 경제장관인 할마르 샤흐트는 외부와는 엄격히 차단된 국내 경제정책을 실시하며, 재정투입과 대규모 인프라 건설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했다. 노조 해산과 파업 등을 통해 기업인들에게 더 많은 재량을 줬다. 고속도로인 아우토반 건설, 삼림녹화, 병원과 학교 건립, 올림픽경기장 등 대형 공공건물 건립 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재무장을 위한 군비확장 정책을 실시해 군수산업을 팽창시켰다. 유대인 등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극우 민족주의 정책을 폈다.

나치와 샤흐트의 경기부양과 완전고용 정책은 1939년까지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히틀러 집권 때 30%대였던 실업률은 1939년에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로 바뀌는 경제적 호황기를 누렸다.

성공 요인은 여러가지다. 첫째, 대공황 기저효과가 있었다. 히틀러가 집권할 때는 대공황이 잦아들 때여서, 빠르게 경기회복할 여력이 있었다. 둘째, 독일 경제를 짓누르던 1차대전 배상금 지급이 중단됐다. 나치 정권은 이 돈을 국내 경제에 투자했다. 셋째, 대규모 재정투입이다. 1933~39년 나치 정권의 세입은 620억마르크인 데 비해, 지출은 1010억마르크였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1939년 380억마르크가 넘었다. 넷째, 군비확장이다. 지출의 60%가 재무장 비용이었다. 독일이 자랑하는 중공업은 군수산업 팽창으로 활황을 보였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 또 젊은이들은 6개월간의 의무 사회봉사를 마친 뒤 징병됐다. 1939년 140만명의 젊은이들이 병역을 복무했고, 이는 실업률에서 제외됐다. 다섯째, 폭력적인 재산 약탈과 일자리 만들기였다. 유대인 재산을 몰수하고, 이들의 일자리를 독일인들에게 배분했다. 여성의 일자리도 남성에게 넘겼다.

24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거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송유관 협상 재개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24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거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송유관 협상 재개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하지만 나치의 이런 경제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폐쇄적 자립경제로 성장을 계속하려면, 경제권의 확대가 필요했다. 이는 나치 독일에게 동유럽 등을 배타적 경제권으로 만들려는 2차대전으로 이어졌다.

샤흐트가 펼친 경제정책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와 유사하다. 트럼프노믹스는 개인 및 법인에 대한 조세감면, 규제완화, 무역협정 재조정, 사회기반시설 및 국방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재정부양책, 기업 자본과 투자의 미국 회귀 등으로 요약된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노믹스에 대해, 단기간에는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이나, 중장기적으로는 심각한 재정적자를 유발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현재 미국의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를 넘겨, 잠재성장률을 완전히 구현하며 사실상 완전고용에 접근하고 있다는 평이다. 연준이 인플레를 우려하며 금리인상을 공언하는 이유다.

트럼프는 지금 무역협정을 재협상해 미 국내산업을 보호하고, 국내의 유전과 셰일연료를 개발해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고, 이민을 제한하고 이민자를 추방해 일자리를 폭력적으로 국내 백인들에게 배분하려 한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군사력 재건을 내걸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에 앰풀 주사를 놓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증시에서 다우지수가 그의 취임 뒤 13%나 오르면서, 20000을 넘은 것은 금융시장이 그 효과를 감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회복된 상태에서 트럼프가 놓는 앰풀 주사는 발작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벌써부터 ‘트럼프 버블’이 거론되고 있다. 더구나 그의 사회경제 정책이 이미 심각한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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