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토안보부 본부를 찾아 직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불법이민 단속을 크게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고문 재도입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에이비시>(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테러리즘을 멈추기 위해선 “불에는 불로 맞서 싸워야 한다”며 “고문 전술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급진단체들이 중동에서 기독교인이나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시민을 처형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는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지 않다”며 이렇게 밝혔다. 자유주의와 인권의 수호자를 자처해 왔던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인권침해 국가로 탈바꿈하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당시 물고문을 포함해 강도 높은 수사기법의 사용도 승인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대통령 당선 뒤에는 고문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을 바꾼 바 있다.
또 미 언론들이 이날 보도한 다른 행정명령 초안들을 보면, 9·11테러 이후 국외에서 운영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폐지됐던 중앙정보국(CIA)의 비밀감옥(블랙 사이트) 부활과 쿠바 관타나모 테러 용의자 수용소 유지를 권고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비밀감옥은 물고문과 수면제한을 비롯한 고도화된 고문 수법으로 악명을 떨쳤으며, 국제사회에서 적지 않은 인권침해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밖에도 유엔 및 국제기구에 대한 미국의 분담금을 ‘최소한 40%’ 줄이는 행정명령도 준비중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분담금 축소 대상에는 이란·북한 제재를 피하는 활동을 후원하는 국제기구도 들어 있다. 미국이 가입했거나 가입을 하려는 모든 다자조약을 재검토해 탈퇴 여부를 결정한다는 행정명령도 준비중이다. 이럴 경우 유엔은 재정 악화로 활동이 크게 축소되고,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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