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미국 텍사스주와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를 가르는 국경에서 멕시코 아이들이 철체 펜스에 매달리며 놀고 있다. 시우다드 후아레스/AFP 연합뉴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티피피·TPP) 참가국에 티피피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0일 마리아 파건 대표대행의 이름으로 티피피 사무국을 맡고 있는 뉴질랜드에
서한을 보내 “미국은 티피피의 회원국으로 가입할 의사가 없으며, 따라서 2016년 2월4일 이뤄진 협정 서명에 따른 법적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미국 의회전문지 <더 힐>등 외신이 전했다. 다섯 문장이 전부인 짧은 서한에서 파건 대표대행은 “미국은 (탈퇴 후에도) 미국과 세계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협의하기를 바란다”며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많은 논의가 있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포함해 12개국이 참여했던 티피피 탈퇴를 공식 선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무역대표부에 내려보낸 대통령 메모에서 “미국을 티피피 서명국에서 탈퇴할 것과, 티피피 협상에서 영구히 철수할 것을 지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역대표부는 이번 서한에서 대통령 메모에서처럼 “영원히 탈퇴한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서명에 따른 법적 의무를 지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히면서 비준 절차 포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현재 티피피 참가 11개국 중 6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상태인 미국은 티피피 탈퇴 후 개별 국가와 양자 협상에 기반한 무역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뒤 티피피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멕시코산 상품에 국경세 20% 부과 검토 등의 계획을 밝히며 경제적 보호주의 노선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무역 전쟁이 발생할 경우 오히려 트럼프의 주요 지지 기반인 중서부 도시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가 2015년 미국 도시의 지디피(GDP) 대비 수출 비중을 비교한 결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위 10개 도시 중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지역이 8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 무로 연구원은 “트럼프 지지 지역은 상대적으로 무역 의존도가 높다”며 “중소도시일수록,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변화에 대처하는 유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멕시코에서는 트럼프의 국경세에 반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번지고 있다. ‘아디오스 월마트’, ‘아디오스 스타벅스’등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기업 앞에 ‘안녕’(아디오스)이라는 단어를 붙인 해시태그를 퍼뜨리는 식이다. 멕시코 정부 역시 미국의 국경세에 대항해 미국의 농·축산품 수입을 줄이고,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국가로 수입원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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